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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별이 무너질 때

by 혀크크

내가 어릴 적 동경했던 별은,

하늘 위에 떠 있는 진짜 별이 아니라

화면 속에서 춤추고 노래하던 K-POP 스타였다.


기쁜 날도, 힘든 날도,

언제 어디서든 이어폰을 꽂고 듣던 노래.

현실에선 채워지지 않던 감정들을

그들은 자연스럽게 채워줬다.


“넌 멋있어”,

“힘들면 내게 말해”,

“넌 혼자가 아니야.”

그저 노랫말일지도 모르는 그 문장들이

그 시절의 나에겐 뜨겁고 진심 같았다.

그 말 하나에 가슴이 뛰고,

하루를 견디는 이유가 되기도 했다.


그 사람이 무대 위에서 노래 부를 땐

나도 따라 부르며 그를 흉내 냈고,

화면 속에 비친 성실함과 겸손함, 빛나는 재능은

‘나도 저렇게 살고 싶다’는 꿈의 기준이 되어주었다.


그런데,

어느 날 그 별이 무너졌다.


뉴스 속에 등장한 익숙한 이름.

내가 그렇게 좋아하던 사람의 얼굴이,

스포트라이트가 아닌 회색빛 사건 기사와 함께 올라왔다.


처음엔 믿을 수 없었다.

아니, 믿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점점 사실로 굳어지는 내용 앞에서

나는 말할 수 없는 공허함을 느꼈다.


이상했다.

나는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는데

그의 노래를 당당하게 듣지 못했고,

그의 영상을 볼 때면 괜히 눈치를 보게 됐다.

그를 좋아했던 나의 진심은

세상 앞에선 한심한 감정으로 취급받았다.


그럴 때면,

내 마음속에 있던 세계가 산산조각 나는 느낌이었다.


사람들은 쉽게 말했다.

“연예인은 그냥 소비 대상일 뿐이야.”

하지만 내게 그는 단순한 ‘스타’가 아니었다.

내가 동경하던 사람,

내가 되고 싶던 사람,

내가 따라 웃고 따라 울던 사람.


그래서 그의 무너짐은

그저 연예인의 추락이 아닌

내 마음의 별이 하나 꺼진 사건이었다.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조금씩 받아들일 수 있었다.

사람은 누구나 불완전하다는 것.

그 누구도 완벽할 수 없고,

그 누구도 내 삶을 대신 살아줄 순 없다는 것.


그래서 나는 알게 되었다.

나의 삶의 중심은

누군가의 완벽함이 아닌

불완전한 나 자신이라는 것을.


나는 모두가 손가락질하던 그 별을

이제는 원망하지 않기로 했다.

한때 나를 위로해 주었던 그 기억까지

부정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수했던 그도,

상처받은 나도,

조금은 이해하고 지나가기로 했다.

관대하지 않은 세상 속에서

조금은 관대하게 살아보기로.


그리고 사실,

그 별이 무너졌던 그날.

나는 처음으로 현실에 서 있는 나 자신을 안아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무너진 빈자리에서,

다시 나의 별을, 내 안에서

조금씩 키워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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