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사람도 없고

by 엄마캠퍼 방성예

아이들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 얘들아, 너희들은 캠핑 오는 게 좋니?"

" 네!!~ 그럼요오~!!."

" 왜 좋니?"

아이들이 망설임 없이 조잘거린다.

" 캠핑 오면 흙도 팔 수 있고, 아무데나 막 돌아다녀도 되고, 나쁜 사람도 없고~ 친구들하고 놀 수도 있고~ 캠핑장 할아버지두 좋고~ 그러니까 좋지이~~."

나는 아이들의 말에서 ’나쁜 사람도 없고‘에 방점을 찍는다. 캠핑을 하면서 멋지고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햇살이 환하게 비추고 나뭇잎이 반짝이고 아이들이 깔깔거리는 풍광 앞에서는 사람들의 선한 마음이 발동하게 되어 있어서일까.


가을에서 겨울로 접어들던 어느 날이었다. 토요일에 늦게 도착해서 장비를 세팅하는데 해가 금세 기울어 갔다. 캠핑장이 위치한 곳은 대게 산기슭이어서 해가 45도 이상 기울기 시작하면 기온이 급격히 떨어진다. 마음은 급한데 진도가 더뎠고, 아이들은 춥다고 동동거렸다. 그때 옆 사이트 아주머니가 우리를 구해주셨다.

“저기, 날씨가 많이 추워지는데, 괜찮으시면 아이들을 저희집에 좀 데리고 있어도 되나요?”

단촐하게 부부가 함께 캠핑을 오신 경우였는데 내 사이트를 지켜보다가 안 되겠다 싶었는지 이렇게 호의를 건네주신다. 그분들은 커다란 TP형 텐트를 쳐놓고 계셨다. 게다가 텐트 지붕 쪽으로는 긴 연통이 올라가 있고 김이 모락모락 올랐다. 화목난로를 피우고 계시나보다, 엄청 따뜻하겠다.

“아유, 그래 주시면 너무 감사하죠.”

나는 넙죽 호의를 받았고 아이들은 다정해 보이는 아주머니를 따라 순순히 옆집으로 들어갔다. 우리집을 다 짓고 아이들을 찾으러 갔을 때는 이미 저녁까지 배불리 얻어먹고 그 집 야전침대에 엎드려서 깔깔거리고 있던 참이었다.

“텐트 치고 힘들 텐데 저녁은 그냥 여기서 드세요, 음식이 충분해요.”

아주머니의 호의는 계속 이어진다. 그리하여 나는 거기서 저녁을 해결하고 따끈한 차도 얻어

마셨다.


생면부지, 처음 만난 사람들이 나란히 집을 짓는 이웃으로 만났다는 것만으로 옆집 아이들을 돌봐주고, 음식도 나눈다고? 그렇다. 캠핑에서는 이런 게 가능하다. 신세를 진 나는 저녁거리로 마련한 고기를 꺼내 온다. 고기가 있으니 술도 따라온다. 대화에 윤활유가 될 정도의 가벼운 음주다.

캠핑을 오래 하셨다는 그 중년 부부는 ’느긋하게‘라는 닉네임을 쓰고 있었다. 닉네임처럼 정말 그분들의 캠핑은 느긋했다. 그리고 품이 넓었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하는 일정이 있으면 느긋하게님은 김치를 종류별로 담아서 오셨다. 배추김치는 물론 파김치, 열무김치까지. 하루 이틀 함께 지내다가 언제 다시 만날지도 모르는 누군가와 나눠 먹기 위해 김치를 담는 수고를 예전에는 생각도 해본 적이 없다. 아, 이렇게 할 수도 있구나. 캠핑을 하면서 내 아이들 돌보는 데에 급급했던 나로서는 그야말로 차원이 다른 나눔과 품격이었다.


느긋하게님 부부는 특별히 우리 아이들을 참 예뻐해주셨다. 본인 자녀들을 다 키우고 보니 아이들이 새삼 예쁘단다. 아이들과 대화의 눈높이도 잘 맞춰 주셔서 우리 딸들도 두 분을 편하게 따랐다. 그렇게 이야기 코드가 맞고 성품이 따뜻했던 그분들과는 따로 날짜를 맞춰 캠핑을 같이 다니기도 했다. 집안에서 큰며느리였던 느긋하게님은 캠핑을 갈 때마다 음식을 듬뿍듬뿍 준비해 왔고 덕분에 맛난 음식 배불리 먹으며 신세도 많이 졌다.

대기업에 다니는 느긋하게님의 바깥지기(남편을 칭하는 캠핑용어)는 바쁜 일정 속에서도 주말의 캠핑을 통해 숨통이 트인다고 했다. 누구에게도 사회는 만만하지 않았고 캠핑은 숨구멍이 되어주는구나. 새삼 확인했다. 항상 부부가 함께 캠핑을 다녔던 ’느긋하게‘님은 남편 없이 다니고 있는 나를 보면서 본인도 혼자 나서볼까 하는 용기가 생겼다고 한다.


자연 앞에서 평등한 캠핑장의 이웃들은 서로 주거니 받거니, 살피고 살펴준다. 그렇게 나와 아이들은 캠핑을 하면서 세상에는 좋은 사람도 많다는 사실을 체험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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