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매울 텐데

by 엄마캠퍼 방성예

한때 방송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를 시청하고 있을 때였다. 주인공 전지현 씨와 김수현 씨가 드디어 애정하는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잠시 바닷가에서 낭만적인 시간을 보내는 장면이었다. 파도가 철썩이는 바다를 앞에 두고 두 연인은 모닥불을 피웠다. (음.... 저 밤바다에서 저 뽀송한 장작더미를 대체 어떻게 구했담. 실제로 캠핑장 아닌 바닷가에서 장작을 구하는 건 산에서 조개껍질을 줍는 것만큼 힘든 일인데, 어쨌든) 공기가 쌀쌀해지는 저녁이었고 데이트의 공식처럼 여주인공의 어깨에는 남자주인공의 외투가 걸쳐 있었지만 그녀는 약간 한기를 느끼는 듯 몸을 움츠린다. 남자 주인공이 다정하게 이야기한다.

“추운가, 장작 좀 더 넣을까?"

이때였다. 내 옆에서 함께 TV를 보던 있던 둘째 따님이 시크하게 한마디 던진다.

"어, 그럼 눈 매울 텐데!"


드라마의 낭만이 깨지면서 그야말로 현실타격감이 오는 둘째 따님 말씀에 다 같이 깔깔댔다.

실제로 바짝 마른 장작이 아니라면 장작을 새로 올렸을 때 하얗게 연기가 올라오고 눈물이 줄줄 나올 정도로 무척이나 맵기 때문이다.

그러 이거지. 해 본 아이와 안 해본 아이의 차이가 여기에 있구나. 엄마는 속으로 생각했다.

장작이 타오르고 있는 그 장면을 보며 아이는 아마도 캠핑장에서 숱하게 맡아본 장작 연기의 매캐한 연기 냄새까지 맡았을 터다. 드라마의 장면이 연출하고자 한 것처럼 현실은 그렇게 낭만적이지만은 않다는 것을 아이는 저도 모르게 구분하고 있었나 보다.


그게 비단 장작에만 국한되지 않기를 기대한다. 캠핑장에서 본 하늘의 변화와 바람의 냄새, 그리고 땅에서 올라오는 기운들을 저도 모르게 습득한 경험, 그것은 아무도 빼앗을 수 없는 자신만의 경험적 자산이라는 것을 언젠가 깨닫게 되길 바란다. 그 내적인 힘으로 세상을 살아갈 때 좀 더 씩씩해질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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