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여성 캠퍼들만 모이는 여우캠 이야기를 하면 호기심 많은 어떤 이들은 이렇게 질문한다.
“여성 캠퍼들끼리 모이면 뭐 하고 놀아요?”
“아니, 뭐 다를 게 있나요. 텐트 치고 애들 먹이고 술도 한잔 마시고, 모닥불 앞에서 불멍 하고. 똑같아요”
이렇게 대답하곤 하지만 생각해 보니 다른 점이 있긴 하다. 이야기의 밀도가 다르다.
캠핑을 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 왔다. 캠퍼들 사이에서는 웬만큼 친하지 않으면 연령이나 직업, 실명을 묻지 않는 게 매너다. 사회적 입지를 떠나 자연 앞에서 평등한 너와 나를 존중하는 방법이다. 상대를 편견 없이 대할 수 있는 이러한 캠핑 문화가 참 좋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상대에 대한 정보에 구체성이 없다 보니 캠핑장에서 만난 이들과의 이야기는 대부분 가볍게 흘러간다.
그런데 여우 캠핑에서는 좀 다르다. 그날 처음 만난 사이에서도 깊이 있는 이야기가 오가기도 한다. 그건 바로 우리가 여성이며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라는 점 때문이다. 제 아무리 까칠하고 도도한 여성이라도 낯선 사람과의 대화가 낯설지 않게 되는 계기는 바로 임신 시기다. 임신부가 다른 임신부를 만나면 왠지 반갑고 ‘몇 개월이세요?’ ‘아기가 뱃속에서 잘 놀아요?’ 하며 말을 건넨다. 임신이라는 특별하고 불안하고 행복한 상황에 놓였다는 동질감 때문이다.
문화센터에 요가 프로그램을 다니면서도 임신복은 어디서 샀는지, 태교는 어떻게 하는지 임신부 사이에서는 이야기가 금세 통한다. 산후조리원에서 친해진 동기 엄마들이 퇴원 후에도 지속적으로 만남을 이어가는 경우도 다반사다. 아이를 유모차에 싣고 놀이터에 나가면 우리 아이와 비슷한 또래의 엄마들 사이에서 아이의 성장 단계 정보, 간식 정보, 동네 어린이집 정보들이 풍성하게 교환된다.
여우 캠핑에서 여성들끼리 나누는 대화도 그러하다. 주로 육아에 대한 고민이 대부분을 이룬다. 먹이고 씻기고 보호하는 단계를 지난 아이들이 이제 개성을 나타내고, 부모에게 자기주장을 강하게 하는 시기인 유년기, 엄마들은 자녀의 성장과 교육에 대해서 비슷한 고민거리를 안고 있다.
‘아이를 학원으로 돌리고 싶지 않은데, 막상 주변을 돌아보면 불안해져요’
‘우리 아이의 재능은 어디에 있을까, 그거 참 찾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내가 일하느라고 너무 바빠서 아이를 세심하게 보살피지 못하죠. 죄책감이 들 때도 있어요’
‘나는 가끔 좋은 엄마로 사는 게 자신이 없어요’
우리의 질문은 절실하고 실제적이다. 각자 처한 상황은 다르지만 엄마로서, 한 여자로서 자신의 경험치를 나누는 그 시간은 밤이 깊어도 피곤한 줄 모르고 지나가곤 했다. 그러한 밤이 지나고 나면 우리 사이에서는 왠지 모를 동지애와 의리마저 솔솔 피어났다.
어쩌면 우리는 그 안에서 해답을 구했던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그렇게 비슷한 고민과 어려움을 겪고 살아가는 엄마라는 존재로서 서로를 위로하는 시간이 필요했던 것은 아닐까. 그 격려를 맛보고자 여우캠퍼들은 몸의 고단함을 무릅쓰고 캠핑 짐 한 보따리, 아이들 짐 한 보따리를 어영차, 챙겼던 것이 아닐까.
우연인지는 모르겠지만 여우캠퍼 멤버들은 전업주부보다 워킹맘이 많았다. 그러니 캠핑이란 시간이 많아야만 할 수 있는 일은 아닌 것 같다. 워킹맘은 캠핑 아니어도 주말까지 바쁘다. 아이들 침구와 옷을 빨아 널고, 수건을 삶아내고, 차를 끌고 가 마트에서 장을 보고, 한 주간 먹을 밑반찬을 해서 냉장고에 넣어두고, 그 사이사이 하루 세끼 식사를 챙기다 보면 겨우 저녁 무렵에 영화 한 편 볼 정도의 휴식 시간이 주어질까 말까다.
치우고 돌아서면 다시 어지르기 시작하는 게 아이들이다. 여자 아이들도 소파에서 뛰어내리기 일쑤고 칼싸움을 하고 놀며, 형과 동생 사이에서는 우당탕탕 몸싸움도 난다. 그러니 하루 종일 뛰지 마라, 어지르지 마라, 싸우지 마라, 밥 좀 잘 먹어라, 하루가 전쟁이다.
그래서 맘 캠퍼는 아빠가 나서지 않는다 해도 아이를 데리고 혼자 캠핑을 떠난다. 캠핑장에서는 숨 쉴 틈이라도 생기지 않는가.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산과 들의 공기를 마음껏 호흡하며 뛰어논다. 그래서 캠핑장에서는 아이가 옷을 엉망으로 더럽혀도 너그러워진다. 평소에는 금지했던 라면과 불량식품을 먹어도 눈을 감아준다. 아이들도 땅을 파고 소꿉장난하느라 바쁘고, 옆집 아이들과 뛰어노느라 엄마를 덜 찾는다.
그렇게 여유가 생긴 시간에 드넓은 하늘과 푸르게 펼쳐진 산등성이를 보면서 그녀는 잠시 숨을 돌리고, 다시 달려볼 힘을 얻는다. 여우캠핑에서 만난 동지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나만 이렇게 힘든 것은 아니며, 모두들 열심히 살고 있구나, 위안도 얻는다. 그래서 엄마 캠핑은 엄마와 아이 모두에게 좋은 선택이라고 나는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