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나설 엄두

by 엄마캠퍼 방성예

“혼자 캠핑 가면 무섭지 않아요?”

이런 질문을 자주 받는다. 무엇이 무서울까. 따지고 보면 위험은 많다. 바람이 심하게 부는 날이면 폴대가 부러지고 타프가 무너지는 경우도 있다. 비가 많이 오는데 방수 성능이 낮은 텐트를 쳤다면 비가 줄줄 새기도 한다. 뭐 이런 정도는 훗날 웃으면서 무용담으로 얘기할 수 있는 에피소드지만 심각한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


캠핑장에서 아이들이 뛰다가 텐트를 엮어 맨 스트링에 걸려 넘어진다면 크게 다친다. 캠핑장의 바닥은 배수를 용이하게 하고 팩이 단단하게 박히도록 하기 위해 파쇄석이라는 작은 돌조각들을 깔아놓기 때문이다. 캠핑장에서 늘 사용하는 부탄가스도 위험 요소다, 토치로 불을 붙이고 난 뒤 모닥불 근처에 토치를 그대로 두지 말고 멀리 던져놓는 것은 습관이 되어야 한다. 등유 난로가 불완전연소되어 잠자는 사이 그을음이 텐트 내부를 까맣게 그을려 놓는 경우도 보았다. 그보다 더 위험한 것은 텐트에서 잠자던 가족들이 불완전연소된 가스에 질식하는 경우다, 겨울철에 가끔 캠핑을 하던 가족들이 사망했다는 뉴스를 들으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이러한 사고들은 대부분 캠핑장의 사고 위험에 대해 무지한 경우이고 교육의 부재나 부주의로 인한 것이다. 따라서 캠핑을 하면서 일어날 수 있는 사고에 대해서는 아무리 안전을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무엇보다 앞의 질문에는 보호하는 남편 없이 한뎃잠을 자는 여성이 받을 수 있는 성적 위협에 대한 궁금증이 담겨 있기도 하다. 결론적으로 나는 십 년 동안 수백 번의 캠핑을 해 왔지만 단 한 번도 성적 위협을 받아본 적이 없다. 무엇보다 캠핑장이라는 특별한 환경은 도무지 그런 범죄가 일어날 법한 환경이 아니기 때문이며 나 또한 나름의 노하우를 갖고 캠핑을 하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한 번은 남편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당신은 내가 애들하고 혼자 가는데, 나쁜 사람들이 있을까 봐 걱정도 안 되십니까?”

남편은 망설임 없이 딱 한마디를 내뱉었다.

“캠핑장은 범죄에 대해선 일반 주택가보다 더 안전한 곳이거든”


참고로 남편은 스릴러 전문 영화 시나리오 작가다. 우리나라 극장가에 소복 입은 귀신이 나오는 ‘공포영화’만 있던 시절, 처음으로 범죄와 심리 ‘스릴러’라는 장르를 선보인 영화의 시나리오를 썼다. (혹시 궁금하실까 봐 밝히자면 그의 데뷔작은 하지원, 유지태 주연의 영화 ‘가위’이다.)

따라서 그는 범죄 심리와 범죄 환경에 대한 분석능력과 정보가 보통 사람들보다 매우 높다. 그리고 약간 강박적이라 할 만큼 ‘위험’에 대해서 예민하다. 평소 가족이 함께 외출이라도 하면 보도블록을 걸으면서도 자동차는 안전거리에 있는지, 맞은편에서 걸어오는 사람의 행동거지에 이상한 점은 없는지 신경망을 사방팔방 펼치느라 나중에는 두통이 다 온다. 이렇게 별스런 일에도 다 신경 쓴다며 나에게 핀잔을 듣기 일쑤인 그 남자가 내린 결론은 아래와 같다.


우선 캠핑장에는 가족 단위의 사람들이 방문한다. 공간 자체가 가족적인 분위기가 넘치는 건전한 공간이다. 두 번째로 캠핑장은 텐트로 인해 일부 시야가 차단되긴 하지만 궁극적으로 오픈된 공간이다. 범죄심리는 폐쇄된 공간과 익명성을 기반으로 한다. 하지만 캠핑장은 누가 왔고 어디에 있는지 캠핑장 예약 정보가 뚜렷하며 지정된 공간에 머물면서 서로 얼굴을 익히게 되어있기 때문에 익명성이 보장되지 않는다. 훤히 노출된 곳에서 범죄를 시도하는 건 정신병자다.

세 번째, 범죄를 저지르려는 목적이 있는 사람이 캠핑비용을 지불하고 번거롭고 귀찮은 캠핑장까지 찾아올 확률도 드물다. 범죄 의도가 있는 사람도 가까운 도시의 폐쇄된 공간을 노리는 게 더 편하다는 걸 안다.


아니, 태연한 얼굴로 캠핑 짐을 내려다 주고, 떠나는 우리들에게 바이바이를 날리던 이 남자가 이렇게까지 분석을 하고 있었다고? 논리 정연한 그의 이야기에 헛웃음이 나오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더욱 안심이 되기도 했다.

그렇다 할지라도 캠핑을 할 때는 스스로 안전한 환경을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내가 지키는 안전 원칙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다음 글에서 몇 가지 노하우를 정리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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