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장 명당자리는?

by 엄마캠퍼 방성예

“캠핑에서 명당자리는 어떤 자리예요?”

캠핑을 몇 번 다녔다는 분이 이렇게 묻는 경우가 있다. 오토 캠핑장에는 소위 ’ 명당자리‘라는 게 있다. 다른 사이트와 독립적이면서도 화장실이나 개수대 같은 편의시설이 가까운 자리, 차를 텐트 옆에 둘 수 있을 만큼 넓은 자리, 산과 호수, 바다를 앞에 둔 경치 좋은 자리 등등을 말한다. 하지만 나는 이렇게 대답하곤 한다.

“뭐니 뭐니 해도 이웃을 잘 만나면 거기가 명당이죠.”


즐거움을 기대하고 떠나는 캠핑이지만 캠핑에는 늘 변수가 많다. 그날의 캠핑이 흡족하기 위해서는 이웃을 잘 만나야 한다. 운이 없는 경우는 역시 배려심 없는 이웃을 만나는 때다. 사설 오토 캠핑장은 한 사이트에 큰 텐트 하나를 칠 수 있는 정도의 간격으로 자리가 배치된다. 옆집과 매우 가깝기 때문에 1박 2일이나 2박 3일간 지내면서 각자의 영역에 대한 존중이 필수다. 이를테면 화장실에 가거나 설거지를 하러 오갈 때 구획선이 그어져 있는 다른 사이트를 침범하지 않도록 신경 써야 한다.

하지만 동선이 몇 걸음 더 가깝다는 이유로, 또 아무 생각 없이 구획을 넘어오고 우리 텐트 근처를 바짝 지나서 가는 사람도 있다. 그러면 텐트 안에 있던 사람은 화들짝 놀란다. 한밤중에 올 손님도 없는 내 텐트 가까이로 향하는 누군가의 발소리는 살짝 위협적이기까지 하기 때문이다.

캠핑 초기에는 많은 이들이 본인의 텐트에서 나는 소리가 옆집에 얼마나 잘 들리는지 깨닫지 못한다. 텐트로 시야가 가려지기 때문이다. 아마도 건물 생활에 익숙해서 그럴 것이다. 두터운 시멘트로 이루어진 건물은 당연히 시선뿐만 아니라 소리까지 잘 차단한다. 하지만 텐트는 얇은 합성섬유를 펼쳐 시야만 가린 구조물이다. 공간이 분리되었으니까 소리도 분리될 거라는 착각을 하기 쉽다.

그러나 넓은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는 아이들의 소리가 운동장 끝에서 끝까지 다 들리듯이 텐트를 쳤다 해도 소리는 완전히 자유롭게 넘나 든다.

게다가 텐트 안에 누워있으면 바깥에서 나는 소리가 평소와는 다른 데시벨로 들린다. 바깥의 소리에 귀가 쫑긋해지는 건 거의 본능적이다. 옆집 아저씨가 본인 취향에 맞춰 크게 틀어놓은 음악 소리, 아이들 칭얼거리는 소리는 그래도 견딜만하다. 밤늦은 시각 술에 취한 부부가 싸우기라도 하면, 전혀 알고 싶지도 않은 그 집안의 속사정을 아주 깊이 들어야 하는 밤이 된다.

예약한 사이트에 도착했는데 옆자리에 두세 팀의 단체 캠이 진을 치고 있는 경우가 있다. 그런 상황이 되면 ‘아, 이번 캠은 좀 시끄럽겠구나.’ 마음을 좀 비우고 소리에 신경을 쓰지 않기로 한다. 사람이 여럿 모여 있다 보면 당연히 많은 대화가 오고 가고, 술이라도 한잔 들어가면 목소리가 더 커지기 마련이다. 만약에 그들 중에 캠핑이 처음이라면 분위기는 또 얼마나 들뜨겠는가.

나도 그러한 단체캠을 치러봤고 본의 아니게 이웃들에게 민폐를 끼친 적도 있었을 것이다. 내 경우에는 단체캠을 하게 되면 옆 사이트에 과일이라도 하나 들고 찾아가 미리 양해를 구한다.

“죄송한데요... 저희 사이트가 좀 시끄러울 수도 있어요. 오늘 처음 캠핑하는 분들과 함께 하거든요, 매너타임이 되면 좀 더 주의할게요. 너른 양해 부탁드려요. 그래도 힘드시면 저희 사이트에 살짝 오셔서 말씀해 주셔도 괜찮아요.”


말 한마디에 천 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은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나 또한 이러한 인사를 받아본 적이 있는데, 상대가 미리 양해를 구하면 한결 너그러운 마음이 된다. 옆집에서 밤늦도록 시끄럽게 놀아도 ‘이분들, 오늘 꽤 즐거운가 보네’하고 웃어넘기게 되니까. 그런 날은 내가 옆집에 좋은 이웃이 되어주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