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를테면 나는 이런 말이 난감하다.
“캠핑 가면 어디 있는지 연락 한번 해줘. 나두 캠핑 한번 해보고 싶다~~!”
내가 캠핑을 자주 다닌다고 하면 가끔 지인들에게 받는 요청이다. 하지만 선뜻 ‘어서 오라’고 대답할 수가 없다.
캠핑 장비가 없고 캠핑 경험이 없는 분들을 초대해 같이 캠핑을 하는 것. 캠퍼들은 그것을 ‘접대캠핑’이라고 부른다. 이 분은 그러니까 나에게 ‘접대캠핑’을 해달라고 한 것이다. 보통 ‘접대’란 말은 좀 부정적인 뉘앙스를 풍기지만 캠핑 세계에서 ‘접대캠핑’을 한다는 것은 마음과 정성을 많이 들이는 이벤트다. ‘생각나면 한번 불러줘’ ‘시간 되면 한번 갈게’라는 말에 금방 대답할 수 있는 성질이 좀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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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나는 이 좋은 캠핑을 더 많은 사람들이 경험하는 데에 적극 찬성이다. 조금이라도 캠핑 장비에 관심을 보이면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상세히 알려주기 일쑤고 괜찮다고 판단되는 정보의 좌표를 수십 개씩 찾아 공유해 준다. 또한 캠핑 경험이 없는 분을 초대해 함께 캠핑을 하는 경우도 많다. 그럴 때면 잊지 않고 생색내는 멘트가 있다.
“제가 캠핑에 초대하는 건 5성급 호텔로 모시는 것보다 더 큰 접대입니다.”
사람들은 처음엔 이 말을 그저 ‘좋은 경험시켜 드리는 겁니다.’ 정도로 이해하지만 캠핑장에 와서야 비로소 그 뜻을 속속 알게 된다. 캠핑은 갖춰진 장소에서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 하나 더 놓는 것과는 차원이 좀 다르기 때문이다.
캠핑은 먹고 앉고 자는 모든 장비와 준비물을 손수 꾸려 챙겨야 하는 레저다. 잠자는 인원이 2인에서 4인으로 늘어나면, 가족이 아닌 경우 텐트가 두 동이 되어야 한다. 텐트를 두 동 치기 위해서는 두 개의 맞닿은 캠핑 사이트를 예약해야 한다. 두 사람이 떠났는데 지인 몇 명이 갑자기 놀러 온다면 앉을자리가 난감해지는 경우가 생긴다. 보통은 인원에 맞춰 의자를 챙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캠핑에서는 인원이 매우 중요하다. 사람이 늘어날수록 테이블의 크기나 개수도 늘고 쿨러도, 화로대도, 기타 부대 장비들의 개수와 크기도 매우 달라진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초대한 이는 그 모든 짐들은 꾸리고 차에 싣고 내리며 캠핑장에 도착해서는 땀 흘려 세팅한다!!
이렇게 구구절절 설명을 하는 이유는 손님을 초대하지 않겠다는 뜻이 아니다. 만약 누군가 당신을 캠핑에 초대한다면 그분이 이러한 수고를 감수할 각오를 하고 초대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그만큼 당신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 것이다.
나 또한 많은 ‘접대캠핑’을 치렀다. 열 명 이상의 사람들이 오겠다고 해서 하루에 대형 텐트까지 네 동을 치고 타프를 두동이나 쳐야 했던 경우도 있다. 숟가락을 드는 손이 후들거릴 정도로 체력이 소모되지만 근육의 통증은 며칠 지나면 사라진다. 그 대신 화로대를 가운데 두고 둥그렇게 둘러앉아 아주 사소한 일로도 서로 깔깔거리고 웃어젖히던 그날의 추억들이 남는다. 사진을 보고 있으면 입꼬리가 절로 올라가는 추억들이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나는 언제 저 녀석들을 떼고 단출하게 솔캠(혼자 가는 캠핑)을 떠나보나 싶었다. 어느덧 그 꼬맹이들은 엄마보다 키가 큰 청소년이 되었고 이제 더 이상 엄마를 따라다니지 않는 시기가 찾아왔다. 그러나 되짚어 보니 그토록 바라던 솔캠의 기회가 왔어도 혼자 가는 캠핑은 손에 꼽힐 정도다. 어느새 나에게 캠핑이란 누군가와 함께 하는 즐거움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캠핑장에 오면 99% 행복해한다. 캠핑장에 있으면 어렸던 시절, 짓궂었던 그 소년 소녀의 모습이 살아 나온다. 회사에서 과장인지 부장인지, 나이가 사십 대인지 오십 대인지 잠시 잊는다. 그런 순간들을 더 많이 맞이해야 우리가 더 행복해지지 않을까? 사람들의 그런 모습을 보는 것이 좋아서 나는 중독자처럼 접대캠핑을 저지르고야 만다. 좋은 사람이나 모임이 생기면 ‘언제 이분들을 캠핑에 초대할까’ 궁리하고 뭔가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으면 또 ‘언제 어디로 캠핑을 초대할까’ 그것부터 생각하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된다.
흔히 ‘접대’라고 하면 뭔가 갑을 관계에서 이뤄지는 술자리나 음식을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접대캠핑은 그런 접대와는 차원이 다르다. 나무 그늘 아래서, 타프 그늘 아래서 또는 난로 옆에서 그날의 날씨를 새삼스러운 마음으로 누리게 된다. 사소한 것에도 웃음을 터트리게 될 정도로 마음이 유연해지고 대화는 평등하다. 접대캠핑의 잠자리는 5성급 호텔보다는 누추하지만, 정성만큼은 못지않다. 초대한 이가 손수 꾸리고 지은 잠자리이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캠핑에 초대된다면 냉금 응하시라. 당신은 전혀 새로운 접대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