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길에서 헤맨 적이 있을 것이다. 목적지는 찾기 어렵고, 방향조차도 감이 오지 않는데, 다시 돌아가자니 너무 멀리 와 버렸다 싶어 난감할 때가 있다. 이런 때, 누군가의 호의 어린 도움은 얼마나 결정적이고 절대적인가. 돌아보니 나는 캠핑을 하면서 그러한 도움을 여러 번 받았던 것 같다. 내가 캠핑 스승이라고 칭하는 이들에게서 말이다.
테이블과 의자로 시작한 첫 장비 이후로 나는 한동안 텐트를 결정하지 못했다. 잘못 샀다가 후회하거나, 심지어 나쁜 텐트를 선택해서 비싼 텐트 비용을 날리는 게 아닐까 싶어서다. 텐트 선택은 너무 어려웠다. 아이들을 동반하기 때문에 비가 오거나 바람이 심하게 부는 날씨의 변화에 대처할 수 있어야 하고, 너무 고가의 제품은 안되지만 기능은 좀 제대로 갖춘 것이어야 해. 그리고 혼자 쳐야 하니까 폴대가 너무 많거나 어렵지 않았으면. 뭐 이런 욕심 가득한 조건 때문이었다.
고민 고민 끝에 텐트를 결정했다. 나의 첫 텐트는 ‘콜맨 와이드스크린 투룸 하우스’. x자 폴대 두 세트로 잠자리 공간과 거실 공간이 거뜬히 해결되는 대형 텐트다. 그나마 중고로 장만한 것이지만 기분이 너무나 좋았다. 첫 차를 샀을 때보다 더 좋았던 것 같다. 내 텐트를 받아두고 나니 펼쳐보고 싶어 안달이 났다. 오랫동안 엄마 아빠를 졸라 드디어 얻어낸 장난감 박스를 앞에 둔 아이 같은 심정이었다. 하지만 주말 일정은 바로 캠핑을 갈 수 있는 형편이 아니었다. 캠핑을 못 가면 캠핑과 관련된 사진이라도 봐야 속이 풀리던 때였으니 얼마나 애면글면했을지. 당시 나는 포털사이트에서 수십 개의 캠핑 카페에 가입해 돌아다니곤 했는데, 렌털 텐트로 처음 찾아간 이후 마음에 들어 꾸준히 소통하고 있던 옥천의 ‘마로니에 캠핑장’ 카페에 나의 새 텐트 소식을 알렸다.
‘여러분, 제가 드디어 텐트를 결정했습니다. 우하하~.
캠핑 가고 싶어 죽겠는데 주말에 일정은 안되고, 언제쯤 펼쳐볼 수 있을까요?
안달복달 몸살하고 있어요~’
그런데 바로 댓글이 달렸다. 캠프장의 댓글이었다.
‘캠핑할 시간 안되시면 주말에 텐트만 펼쳐보고 가셔요’
’ 정말요? 아, 그럼 일요일 오후엔 잠시 갈 수 있어요, 야호~ 쉰난다~~’
기다리던 주말이 왔고, 나는 한달음에 옥천으로 달려갔다. 트렁크에는 커다란 텐트 가방과 망치만 싣고 말이다.
도착해 보니 캠프장이 반갑게 맞으며 뜻밖의 소식을 전해주신다.
“하민맘님 오신다고 기다리고 계신 분이 있어요”
응? 누가? 나를? 왜?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만나게 된 그분은 ‘짚신여행’이라는 닉네임을 쓰고 있는 단골 캠퍼였다. 마로니에 숲 카페에 올라오는 여러 글에 찰진 유머로 댓글을 달아주시던. 댓글 보는 재미에 자꾸 카페를 방문하게 되던 바로 그분!!!.
당시 그는 50대 후반쯤 되어 보이는 마르고 다부진 체구에 오랜 캠핑 경력이 묻어나는 캡 모자를 쓰고 있었다. 안경 너머 눈매가 날카로운 반면, 웃으면 드러나는 덧니 때문에 장난꾸러기 같은 느낌을 주는 분이었는데 실제로 그분은 자신은 웃지도 않으면서 남들을 웃기는 세련된 유머를 구사하곤 했다.
“제가 마침 아내와 함께 드라이브 중이었는데, 하민맘님이 첫 텐트를 피칭하러 온다는 소식을 들었거든요. 그 텐트 제가 써 본 종류라서요, 괜찮으시다면 제가 간단히 피칭하는 법을 알려드려도 될까요?”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처음 만나는 자리였지만 이미 온라인에서 뵈어 온 분이었으니까. 아니, 그렇지 않더라도 내심 저 큰 텐트를 어떻게 치나 걱정이 되던 차였으니 나로서는 너무 고마운 제안이었지 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