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향감각

by 엄마캠퍼 방성예

캠핑장에 가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텐트를 치는 일이 아니다.

서둘러 텐트를 펼치고 팩을 박기보다는 하늘을 올려다 보고 해가 어디쯤 있는지, 어디에서 떠서 어디로 지는지를 살펴보는 게 먼저다.

캠핑을 하기 전에는 해가 어디에서 뜨고 지는지 신경 쓰지 않고 살았다. 기껏해야 집을 구하러 다닐 때 집이 남향이냐 서향이냐 정도를 따진 것 정도다. 도시에서 사는 나에게 날씨란 그저 더운지 추운지, 비가 오는지 눈이 오는지만 구분하면 되는 정보였다.

그런데 캠핑을 하면서는 하늘과 구름과 온도와 바람의 풍속에 좀 더 예민해졌다. 영하 10도와 영상 10도가 어떤 차이를 가지는지 이제는 안다. 영하의 날씨에 바람까지 불면 체감 온도가 얼마나 떨어지는지도 가늠할 수 있다. 이런 날씨에 밖에서 일하는 분들이 얼마나 추위로 고생할까, 상상이 된다. 세상에 대한 감각과 공감이 폭이 좀 더 넓어졌달까.

여름에는 해가 들지 않는 곳을 선택하고 겨울에는 해가 잘 드는 곳에 텐트를 쳐야 한다. 이 단순하고도 당연한 이치를 전에는 생각하지 못하고 살았다.

캠핑 초기 때의 일이다. 더위가 시작될 즈음이라 타프(집의 지붕처럼 생겨 그늘을 드리워주는 장비)를 새로 장만해 처음으로 치는 날이었다. 예약한 자리로 가서 보니 텐트와 타프까지 치기에는 자리가 좀 협소해 보였다. 그래서 타프의 방향은 생각하지 않고 치기 편한 방향으로 세팅하기로 했다. 뙤약볕에 움직이다 보니 땀이 비 오듯 했으나 이거만 완성되면 시원한 그늘 아래서 땀을 식히리라, 야무지게 생각했다. 그러나 웬걸, 내가 친 타프는 해가 늦게까지 들어오는 서쪽을 향해 훤히 열려 있었던 것이다. 덕분에 땀 흘려 타프를 친 보람도 없이 나는 오후 내내 뙤약볕을 오롯이 받고 지내야 했다. 타프의 날개는 되도록 해가 뜨고 지는 양 방향을 향해 있어야 그늘을 즐길 수 있다. 야외에서 생활하려면 해의 위치와 경로를 파악해 두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체감한 날이었다.

그날 이후 나는 어디 가든 동서남북 방향을 살피는 습관이 생겼다. 방향 감각이 비단 캠핑에만 국한되지는 않을 것이다. 내 인생도 남쪽으로 가자 해놓고 북쪽으로 내달리는 일도 많았을 것이다. 코끼리코를 하고 빙빙 돌다가 멈추면 어디가 어딘지 방향을 못 잡고 휘청거리듯, 정신없이 돌아가는 일의 한가운데 있다 보면 그렇게 된다.

이게 아닌데, 뭔가 이상하단 느낌이 들 때는 바닥에 퍼질러 누워 어지러워진 달팽이관이 수평을 잡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상책이다. 바쁘고 바쁜 워킹맘이 부득부득 짐을 이고 지고 캠핑장을 찾아 떠난 이유는 그래서인지도 모른다. 캠핑장에 가면 마음이 좀 눕는 느낌이랄까. 텐트를 치고, 바람과 해의 방향을 살펴보고 타들어가는 모닥불 앞에 앉아 있는 캠핑장의 일과 속에서는 이상하게 아무 생각이 없어진다. 캠핑은 나에게 그렇게 수평을 잡는 시간, 잠시 멈춰 동서남북을 구분하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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