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을 드러내려 애쓰지 마라

by 노을 강변에서

‘일을 잘하면 보수를 올려주는 것이 아니라, 일을 더 맡긴다.’, ‘지나치게 헌신하면 헌신짝처럼 버려진다.’ 언제부턴가 직장인들 사이에서 회자 되는 우스갯소리이다.


『장자(莊子)』에 ‘능자다로(能者多勞)’라는 말이 있다. 재능이 있는 사람은 남보다 더 수고스럽다는 뜻으로 재능이 타인에게 드러나면 하지 않아도 될 일을 하게 된다는 것을 비유하는 말이다.


재능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이니, 재능을 숨기는 것이 처신에 유리하다는 말이기도 하다.


이외에도 취이우자잔(翠以羽自殘:비취새는 아름다운 날개 때문에 죽는다), 훈이향자소(薰以香自燒:훈초는 향기를 가짐으로써 불태워지는 재난을 만난다), 탁이성자훼(鐸以聲自毁:방울은 소리가 나므로 쓰이다가 부서진다) 등과 같이 재능을 드러내지 말라는 경구들이 적지 않은 것은 자신의 재능을 감추지 못하여 화를 당한 사람들이 적지 않았음을 짐작하게 한다.


『육도삼략(六韜三略)』에 “매가 다른 새를 습격하려 할 때는 낮게 날면서 날개를 움츠리고, 맹수가 다른 짐승을 습격할 때는 귀를 내리고 엎드린다. 이와 마찬가지로 성인이 장차 움직이려 할 때도 반드시 어리석고 무능한 것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충분한 역량을 지니고 있더라도 그것이 세상에 드러나면 제대로 발휘될 수 없음을 일깨우는 가르침이 아닐 수 없다.


어떤 계획도 세상에 드러나면 경쟁자의 견제를 받아 진행에 차질을 빚게 되는데, 이런 이치를 깨닫고 은밀하게 국력을 길러 자신의 조국을 강국의 반열에 올려놓은 슬기로운 지도자가 있었다.


20세기 말 중국 최고 실력자였던 덩샤오핑(鄧小平)이다.


img.jpg 덩샤오핑


덩샤오핑이 중국 외교의 기본방침으로 내세운 것은 ‘도광양회(韜光養晦)’였다. 빛을 감추고 어둠 속에서 때를 기다린다는 뜻으로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실력을 기르며 기회를 노린다는 의미이다.


1978년을 기점으로 중국은 덩샤오핑의 주도하에 개혁개방 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자본주의 요소도 필요하면 도입해야 한다는 세력과 순수 사회주의를 고수해야 한다는 세력이 갈등을 빚었다.


그런 와중에 학생과 지식인의 주도로 개혁개방을 정치적 민주화로 연결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났고, 그 대표적 사건이 ‘천안문 사태’였다.


이후 미국을 비롯한 유럽 여러 나라가 천안문 사태 무력 진압에 항의하면서 제재를 가하는 상황이 전개되었고, 때마침 베를린 장벽의 붕괴와 소련의 해체로 체제의 정당성마저 위협당하는 상황에 봉착하자 덩샤오핑은 위기 타개를 위해 대내적으로는 개혁개방을 가속화 하면서 대외적으로는 낮은 자세를 취하자는 이른바 「28자 방침」을 내세웠다.


『냉정관찰(冷静观察), 온주진각(稳住阵脚), 침착응부(沉着应付), 도광양회(韬光养晦), 선우장졸(善于藏拙), 결부당두(决不当头), 유소작위(有所作为)』가 그것이다.


<냉정관찰>은 국제상황을 냉정하게 관찰해야 한다는 말이고, <온주진각>은 내부의 질서와 역량을 공고히 해야 한다는 말이고, <침착응부>는 침착하게 상황에 대처해야 한다는 말이고, <도광양회>는 밖으로 능력을 드러내지 않고 실력을 기르자는 말이고, <선우장졸>은 능력이 없는 듯 낮은 기조를 유지함에 능숙해야 한다는 말이고, <결부당두>는 절대로 앞에 나서서 우두머리가 되려 하지 말아야 한다는 말이고, <유소작위>는 반드시 해야 할 일은 하자는 말이다.


요약하여 정리하면 중국의 국익에 심각한 손실이 없는 한 꼭 필요한 일은 하되 전반적으로 낮은 자세를 유지하며 국력을 기르자는 것이었다.


이런 정책을 기조로 1990년 초 개혁개방에 속도를 내면서 중국은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루었고, 그런 토대 위에서 군의 현대화에도 박차를 가하여 미국 다음가는 군사 강국으로 도약했다.


1997년 2월 19일 덩샤오핑이 세상을 떠나면서 남긴 말은 “향후 50년간 미국과 대적하지 말라”는 것이었다고 한다.


최고의 자리에 오르기도 전에 자기를 드러내고 어설픈 실력을 과시하다 보면 최강자의 견제를 받아 도중에 꺾일 것을 우려한 민족지도자의 세심한 살핌이 아닐 수 없다.


『노자(老子)』에 ‘군자성덕용모약우(君子成德容貌若愚)’라는 말이 있다.


군자는 훌륭한 덕(德)이 있어도 표면에 나타내어 자랑하지 않으므로 언뜻 보기에 어리석은 사람 같다는 뜻이다.


진정 지혜로운 사람은 자신의 재능을 아무 때나 과시하지 않는다. 재능을 스스로 내보이는 순간 품격이 훼손되고, 경쟁자의 시기와 공격만 유발함을 알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은인자중(隱忍自重)’이라는 말이 좋은 의미로 쓰이고, ‘자화자찬(自畵自讚)’이라는 말이 좋지 않은 의미로 쓰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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