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해주지 않기로 했다

내버려 둘 용기

by 유시안

직장에 평이 썩 좋지 않은 팀 동료가 하나 있다.

눈치가 없어서, 혹은 엉뚱한 면이 있어서

그의 크고 작은 해프닝들이 누군가에겐 안줏거리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를 뒷담화의 중심에 올려놓은 이유는 따로 있었다.

일을 고민하는 시간이 지나치게 길다 보니,

결국 그 일과 책임이 주변 사람들에게 전가되는 일이 잦았기 때문이다.


업무 분장이 바뀐 지 2주가 다 되어가던 날까지도

그는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조금은 의아했지만, 그렇다고 먼저 말을 꺼내지도 않았다.


그가 맡아야 할 일은 자연스럽게 주변 동료들의 몫이 되었고,

팀 안에는 크고 작은 불만이 쌓여갔다.


어느 날, 한 동료가 사내 메신저로 울분을 토했다.


“오늘도 동우 씨가 안 해서…

아, 그냥 제가 처리했어요.

하루 종일 알려주느니 제가 하는 게 빠르겠더라고요.”


그러면서 이미 그에게 인계하기로 한 다른 일까지

내 선에서 한 번 더 확인해 달라고 했다.

이유는 단순했다.

“그 사람과는 말이 안 통할 것 같아서요.”


상황은 충분히 이해됐다.

그래도 나는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냅둬요.

그 사람이 스스로 헤쳐 나갈 기회는 남겨두죠.”




나보다 잘 아는 누군가가 대신해 주는 일은 늘 쉽고 빠르다.

결과만 놓고 보면 효율적이고, 정확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 찰나의 편리함이

누군가의 기회, 혹은 성장을 가로막고 있는 건 아닐까.


막혀 보고, 되돌아가 보고,

어쩔 수 없이 질문하며 주변을 스스로 파헤쳐 보게 되는 그 시간들.

그 어떤 잘 쓰여진 인수인계 자료보다도, 가장 값진 배움일 지 모른다.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아이들도 막힌 길 한가운데에 서 보아야 한다.

다시 돌아갈지, 다른 길로 가볼지,

아니면 잠시 멈출지를 스스로 결정해 볼 수 있어야 한다. ( 물론 어리면 어릴 수록 돌아오기가 빠르다! )


“내가 빨리 알려줘야지”라는 마음은

아이를 위한 걱정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나의 불안이자 오만일 가능성이 크다.


아, 아이들이 헤매는 모습을 묵묵히 지켜보는 일만큼이나 부모에게 어려운 일이 또 있을까?


틀린 답을 알고 있으면서도, 니가 직접 스스로 찾아봐야지 - 라는 온건한 마음으로 인내해여 하는 시간 말이다.


하지만 다행히도 그 인내의 시간은 결코 헛되지 않다.

스스로 생각하고, 시도하고, 해결해 본 경험은

그 어떤 교과서와 학습과정, 책보다도 아이를 한 단계 자라게 만든다.




아이들에게 충분히 고민할 시간을 건네고 싶다.

정답을 먼저 보여주기보다,

스스로 생각할 기회를 남겨두는 쪽을 선택하고 싶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내 시선과 기준으로 개입하지 않기로 결심하는 일.


어쩌면 사람이 자기답게 자란다는 건,

이렇게 조용한 선택들이 차곡차곡 쌓인 결과인지도 모르겠다.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