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는 아이 vs 버티는 아이

영화 <승부>를 보며, 육아 철학을 되묻다.

by 유시안

영화 《승부》를 보는 내내, 조훈현의 어린 제자 이창호의 떨림없는 눈빛은 시종일관 내 마음을 흔들었다.


말수가 적고, 감정이 드러나지 않던 꼭 바둑과 같다고 생각든 주인공의 캐릭터.

하지만 누구보다 깊고, 단단하고, 자신만의 고독함을 품어낸 이창호 였다.


그의 앞엔 하늘 같은 스승인 조훈현이 있었다.




“배우려 하지 말고 이길 궁리를 해봐”


승부라는 건 누군가를 이겨야만 결말이 나는 게임이다.

고로, 지지 않기 위해 매 순간 더 단단해져야 하고, 결과가 좋지 않을 때면 더 외로워지기도 한다.

영화 속 이창호는 그 외로움을 묵묵히 감내하며 성장한다.


이창호의 스승 조훈현은 호되게 자신의 기준으로 질책을 이어가지만, 이창호는 이 과정들에 지쳐가면서도

온전히 자신의 힘과 용기로, 버텨내며 결국은 스승을 이겨내며 오직 ‘자신만의 바둑’을 두게 된다.


문득 아이를 키우는 나 자신에게도 되 묻게 되었다.


나는 아이에게 무엇을 기대하고 있을까.

성장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승부를 매번 이겨내는 것일까? 혹은 버텨내는 과정인것인가?


혹여나, 반드시 이기는게 답이라고 말하고 있는 중은 아닐까.



이기도록 키우는 아이는 매번 세상과 싸우게만 될 것 같다.

이기는 것으로 자신을 증명해야 하고, 결과로만 사랑받는 방법으로 성장할 것 같다.


반면 견디도록 키우는 아이는 자기 자신과 이야기 하게 될 것이다.

삶의 고비가 올때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정말 이게 답일까? 다른 길도 맞지 않을까?

항상 자신의 내면의 목소리를 조용히 들어볼 줄 알게 될 것이다.



그간 많은 인생의 철학을 바둑판에 비유하는 것을 봐 왔지만,

영화 ‘승부’는 결국, 이기는 것이 다가 아닌 ‘우리가 무엇으로 존재해야 하는가’를 묻는 좋은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바둑판 위에서의 전쟁은 사실은 아이 뿐만이 아닌, 우리네 삶 전체를 대변하는 하나의 무대였다.

그 무대 위의 두 인물은 서로를 통해 성장해 갔고 말이다.



결론적으로 나는 아이에게

세상을 이기는게 답이라고 가르치고 싶지 않다.


짜릿하진 않더라도 잘 견디는 법,

고비고비마다 스스로와 마주하면서 나만의 방법으로 다시 일어나는 법을 알려주고 싶다.


그렇기에 ‘승리하는 아이’가 되기보다, 끝까지 자신의 수를 두는 아이.

자신의 삶을 살 줄 아는 아이.

그런 용기 있는 아이로 자라길 바란다.


어른이 된 나 또한, 이제야 이를 깨닫는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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