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을 닮은 내 인생, 그리고 하얀 알약 하나

구름과자처럼 부풀어 오른 중년의 오후

by 온새미로

​휴일 오후

거실 소파에 누워 멍하니 창밖을 보았다.


파란 하늘 위로 구름이 유유히 떠간다.


그 평화로운 풍경을 보고 있자니

까맣게 잊고 지냈던

산골 소년의 기억이

몽글몽글 피어오른다.


​나의 초등학교 시절은

온통 산의 색깔로 가득했다.


오락실도, 만화방도 없던

그 깊은 산골에서

나는 혼자만의 놀이터를 찾아

산등성이에 올랐다.


맑은 하늘은 내게 거대한 스케치북이었다.


돼지 닮은 구름을 보며

‘아기돼지 삼 형제’를 떠올리고

뿔난 구름을 보며

만화 "이상한 나라의 폴" 속 대마왕을

물리치는 상상을 하곤 했다.


그때는 구름 하나만으로도

온 세상을 다 가진 듯 행복한 소년이었다.


​그런데 어느덧 세월이 흘러

나는 이제 하늘의 구름 대신

거울 속 내 볼에 뜬 ‘구름’을 마주하고 있다.


며칠 전 시작한 임플란트 시술 탓에

한쪽 볼이 어릴 적 소풍 가서 사 먹던 솜사탕처럼

혹은 하늘의 뭉게구름처럼 빵빵하게 부풀어 있다.


시술의 흔적이 만든 이 의도치 않은

'볼 구름'이 왠지 낯설면서도 우습기도 하고

'벌써 이런 치료를 받아야 하는

중년이 되었나’ 싶은 생각에 씁쓸한 웃음이 난다.


​쿡쿡 쑤셔오는 통증에 약상자를 뒤져

타이레놀 한 알을 꺼냈다.


손바닥 위에 놓인 길쭉하고 하얀 알약이

꼭 어린 시절 내가 사랑했던

그 하얀 구름 조각 같다.


그때는 꿈을 꾸게 해 주던 구름이

이제는 중년의 통증을 달래주는

현실의 구름이 되어 내 손에 놓여 있다.


​인생이 아무리 바쁘고 삭막해도

가끔 하늘을 보는 여유는 챙기자고 다짐해 본다.


내 인생도 저 구름처럼

어디로 흘러가는지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아픈 통증을 지나

좋은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게

나 스스로가 기분 좋은 바람이 되어보고 싶다.


약 기운이 퍼지면

다시 소파에 누워 저 멀리 흘러가는

진짜 구름이나 실컷 구경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