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1견(犬) 호위무사, 장인어른의 봄날을 지키다.
장인어른의 생신날
화려한 뷔페 음식들이 차려졌지만
정작 주인공은 젓가락만 만지작거리셨다.
그 모습이 가슴 한구석에
가시처럼 박혀 떠나질 않았다.
결국 며칠 뒤
평소 장인어른이 좋아하시던
소고기 안심과 육회를 넉넉히 사 들고
다시 처가로 향했다.
맛있게 드시는 모습을 보고서야
내 마음의 체기도 비로소 가라앉았다.
식사 후
과실나무에 농약을 치러 나가시는
장인어른을 따라나섰다.
혈관 스텐트 시술 후
요즘 조금만 힘든 일을 하셔도
숨이 차오른다 하시는데
선선한 이 봄날에도
그 뒷모습이 어찌나 작아 보이던지.
농사일은 서툴러도 약 줄 팽팽하게 잡아드리는 것만큼은 자신 있었다.
강아지 깜돌이와 나는
마치 장인어른의 호위무사라도 된 듯
그 뒤를 쫄랑쫄랑 따라다녔다.
깜돌이는 꼬리를 흔들고
나는 줄을 당기며 장인어른의 컨디션을 살피는
'1인 1견(犬)'의 밀착 마크 덕분에
무사히 작업을 마칠 수 있었다.
이번 달 검사 예약도 잡아두었으니
부디 아무 일 없기를
내딛는 발걸음마다 기도를 보탰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장모님은 "자네가 좋아하는 파김치나 담가 먹으라"며 직접 키우신 쪽파 두 단을 건네주셨다.
비가 내리는 오늘 아침
아내는 그 쪽파를 정성껏 다듬더니
이영자 파김치 레시피를 검색해 손을 걷어붙였다.
"오빠, 엄마가 오빠 생각해서 챙겨주신 거니까
우리 당분간 외식 금지!
이거 다 먹을 때까지 외식은 꿈도 꾸지 마."
숨은 맛집을 찾아다니는 게 내 인생의 낙인데
아내의 선전포고에 가슴이 철렁했다.
하지만 빗소리를 배경 삼아
갓 무쳐낸 파김치와 오징어 송송 파전을 곁들이니
유명 식당의 화려한 요리보다
훨씬 깊고 진한 위로가 전해졌다.
내 까다로운 미식 기준도
장모님의 사랑과 아내의 정성 앞에서는
맥을 못 추고 무장해제된 셈이다.
사위의 마음을 담은 육회
사위 사랑을 담은 장모님의 쪽파
그리고 그 마음들을 버무려 낸 아내의 파김치까지.
인생의 매듭마다
우리는 이렇게 서로의 입맛을 챙기고
마음을 살피며 살아가나 보다.
장인어른이 사 온 소고기를 맛있게 드셨듯
나도 "외식 줄이라"는
아내의 다정한 잔소리를 양념 삼아
파김치를 한 입 가득 베어 문다.
가족이라는 든든한 울타리 안에서
내 배는 오늘도 행복하게 벌크업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