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북카페, 해금이 연주하는 Golden

우리 악기가 이렇게나 이쁜 소리를 가졌던가

by 온새미로

​평소처럼 책 냄새를 맡으러 들른 동네 도서관.


그런데 오늘따라 북카페 안이 웅성거림 대신

묘한 설렘으로 가득하다.


천안 국악 관현악단이 찾아온

'수요 음악회'가 열리는 날이란다.


​사실 고백하자면

나는 국악에 대해 일종의 '거리감'을 갖고 있었다.


꽹과리와 장구가 울리는 풍물놀이는

신명 나긴 해도 솔직히 내 귀에는

조금 아프고 버거운 소음처럼 느껴질 때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 익숙한 북카페의 딱딱한 의자에 앉아

내 편견은 해금의 첫 활질에 기분 좋게 부서져 버렸다.


​​공연의 백미는 단연 해금 독주로 시작된

데몬 헌터스의 주제곡 'Golden이었다.


전 세계를 사로잡은 그 세련된 K-팝 선율이

해금의 가냘픈 두 줄 사이에서 뽑혀 나올 때

나는 숨을 멈췄다.


​해금은 참 묘한 악기다.

긁어내는 소리는 분명 슬픈 듯 가냘픈데

그 끝은 투명하고 맑다.


마치 상처 입은 마음을

부드럽게 어루만져 주는 손길 같다.


이어지는 소금의 소리는

청아한 숲 속 새소리 같았고

대금은 땅 밑에서부터 올라오는

깊은 숨결을 토해냈다.


묵직하게 중심을 잡아주는 아쟁과

화려하게 흐르는 25줄 가야금


그리고 현대적인 피아노 선율이 밑바닥을

탄탄하게 깔아주니 국악은 더 이상 '올드한 옛것'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마음을 훈훈하게 했던 건

무대와 객석의 '온도'였다.


​무대에 오른 젊고 아리따운 소리꾼은

민요 특유의 구수함에 세련된 무대 매너를 더해

관객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건

도서관을 찾은 꼬마 관객들의 반응이었다.


평소라면 조금 지루해할 법도 한데

소리꾼의 손짓 하나에 까르르 웃으며

열정적으로 참여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얼마나 예쁘던지.


아이들의 뜨거운 호응과

국악의 선율이 어우러지니

도서관 전체가 살아 움직이는 축제 현장 같았다.


​단 30분

브런치를 먹는 시간보다 짧은 그 찰나의 순간이

내게는 커다란 감동으로 남았다.


도서관이라는 일상적인 공간이

예술의 전당으로 변하는 마법.


나는 오늘 세상에서 가장 "Golden"(황금빛)으로 빛나는 휴식을 선물 받았다.


​책장 너머로 흐르던 그 해금 소리와

아이들의 맑은 박수 소리가 여전히 귓가에 맴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