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산수유가 가고 벚꽃이 오면
동네 어귀 낮은 담장 너머로
산수유가 먼저 노란 불을 켰다.
겨울의 끝자락을 붙잡고
가장 먼저 봄을 알리던 그 빛이
조금씩 바래갈 즈음
머리 위로는 벚꽃이
수줍게 꽃망울을 터뜨린다.
꽃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우리 곁을 다녀간다.
산수유가 조용히 마중 나온 봄이라면
벚꽃은 화려하게 세상을 뒤덮는 봄의 절정이다.
하지만 나는 안다.
이 화려함 뒤에는
어김없이 '후드득' 떨어질 이별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매년 돌아오는 봄이지만
올해의 꽃은 작년의 것과 같지 않다.
내 마음의 결이 달라졌기 때문일까.
피어나는 꽃들을 보며
나는 그저 낮게 읊조린다.
"왔구나, 그리고 또 가겠구나."
찰나의 고혹함을 붙잡기보다
그저 눈에 담으며 함께 걷는 연습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