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탁에 서면 온갖 유형의 학생을 만난다. 그중에서도 유독 기억에 남아 곱씹게 되는 유형이 있으니, 바로 ‘상시 만개형’ 미소를 장착한 학생이다.
내 수업에도 그런 학생이 있다. 수업 시작부터 끝까지 입꼬리는 해발 200m 고지에, 눈은 반달 모양으로 고정이다. 내가 던지는 농담의 타율이 썩 좋은 편이 아님에도, 그는 혼자 기막힌 스탠딩 코미디를 본 듯 ‘큭큭’ 웃음을 터뜨린다. 그러다 무언가에 홀린 듯 고개를 끄덕이고, 필기를 하다가도 혼잣말과 함께 다시 한번 ‘빵’ 터진다. 그 눈부신 긍정의 아우라에 가끔은 ‘혹시… 나를…?’ 하는 김칫국 가득한 착각마저 들게 한다. 조는 모습? 한 번도 본 적 없다. 그는 흡사 지식의 빛을 온몸으로 흡수하는 한 송이 해바라기 같다.
이런 학생을 만나면 교사로서 아드레날린이 솟구친다. ‘그래, 이거지! 내 수업이 이렇게 재밌단 말이지!’ 어깨가 으쓱해지고, 없던 열정도 불끈 솟는다. 준비해 온 모든 것을 남김없이 퍼주고 싶어진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다.
이따금씩, 그 해맑은 웃음의 파도를 정면으로 맞고 있노라면 등골이 서늘해질 때가 있다. 심해를 들여다보는 듯한 아득함, 혹은 ‘저 웃음의 실체는 뭘까?’ 하는 짙은 안갯속을 헤매는 기분. 나의 이 묘한 불안감은 어디서 오는 걸까? 내 유머 감각을 과신하게 만드는 달콤한 악마인가? 자신만의 시트콤을 상영 중인 천재 감독인가? 아니면, 나의 허점을 꿰뚫어 보고 보내는 서늘한 비웃음인가?
지금까지 쌓아온 나의 미천한 ‘교사 경험치’에 따르면, 이런 학생들의 성적표는 보통 극과 극으로 나뉜다. 모든 것을 완벽히 꿰뚫고 있다는 ‘깨달음의 미소’이거나, 모든 것을 해탈의 경지에서 놓아버린 ‘내려놓음의 미소’이거나. 그 중간 지대는 좀처럼 찾기 힘들었다. 물론, 이는 전적으로 내 뇌피셜이자 몇 안 되는 임상 실험의 결과일 뿐이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그 학생은 내 수업을 특별한 시간으로 만들고 있다는 것. 때로는 최고의 동기부여가가 되었다가, 때로는 가장 흥미로운 미스터리가 되어 나를 자극한다. 오늘 수업에선 또 어떤 표정으로 나를 맞이할까? 그의 웃음은 과연 ‘앎’의 희열일까, ‘모름’의 평온일까. 아니면 다른 무엇(?)일까.
혹시 모르지. 언젠가 내가 그 미소의 비밀을 풀게 될 날이 올지도. 오늘도 나는 묻는다. 저 웃음은 과연 어디를 향하고 있는가.
선생님들,
다들 교실에 이런 미스터리 하나쯤은 품고 계신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