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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준성 Dec 04. 2018

세상이 너무 힘들면 브레멘으로 가자

브레멘 음악대

“세상이 너무 힘들면 브레멘으로 가자”

한 때 열심히 일하던 당나귀는 나이가 들어 일을 할 수 없게 되어 주인에게 학대당하게 되었다.
결국 주인이 “언젠가는 이 녀석을 도살자에게 갖다 팔아야 겠다”라고 중얼거리자, 견디다 못한 당나귀는 도망쳤고 브레멘에 가서 음악대에 들어가려고 생각했다. 여행 중 만난 비슷한 사정의 개, 고양이, 닭과 차례차례 만나고 그들은 당나귀의 제안에 찬성해 브레멘으로 향했다.

브레멘으로 가는 길은 멀고, 날은 저물었기 때문에 동물들은 숲속에서 쉬려고 했는데, 불이 켜진 집이 있어서 그 집에 가보니 안에서는 도둑들이 저녁을 먹으며 금화를 나누고 있었다. 음식을 먹고 싶었던 동물들은 도둑을 쫒아내기 위해 꾀를 냈다. 창가에서 당나귀 위에 개가 올라타고, 개 위에 고양이가 올라타고, 고양이 위에 닭이 올라타서 일제히 소리를 지르자 도둑들은 그 소리에 놀란 다음 창밖에 비친 동물들의 그림자를 보고 괴물이 나타났다며 황급히 도망친 틈을 타 동물들은 집 안에 들어가 음식을 먹은 다음 불을 끄고 잠이 들었다.

숲속으로 도망친 도둑들은 집을 탈환하기 위해 정찰자 한 명이 캄캄한 집 안에 들어가자 동물들이 집에 들어온 도둑들얼 덮쳤다. 당나귀는 뒷발로 걷어차고, 개가 다리를 물어뜯고, 고양이가 얼굴을 할퀴고, 수탉이 크게 울어댔다. 크게 당한 도둑은 괴물에게 당했다고 보고했기 때문에 도둑들은 집을 탈환하는 걸 포기하고 도망쳤다.

동물들은 그 집이 마음에 들어 눌러앉아 음악을 연주하며 사이좋게 살았다고 한다.
[출처 : 나무위키]

그림형제의 이야기는 정말 단순하면서도 심오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언젠가 나도 회사에서 쓸모가 없어지게 될 거라는 믿음이 있다.
나도 당나귀 처럼 한 때 열심히 일을 했고 지금이 바로 그 한 때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사람은 나이가 들고 꼰대가 되기도 하고 고인물이 되기도 하는데 그냥 계속 그 곳에 머물러 있으면 주인에게 학대 당하고 언젠가는 도살자(정리해고를 추진하는 사람)에게 팔리는 신세가 될 것이다.

힘들면 그만 두라는 말과 더불어 아무리 힘들고 괴로워도 버티면 된다는 식의 이야기는 무책임한 아무말 대잔치들이라고 할 수 있다.
차라리 힘든 이유가 무엇인지 사람 때문인지 일 때문인지 보상 때문인지 성장 때문인지 구체적으로 질문을 해보고 그것에 대해 하나하나 냉정하게 정리된 이후라면 좀 더 마음이 편해지지 않을까?
그런데 슬프겠지만 이렇게 정리하는 것도 내가 조직에 필요 있을 때의 이야기지 조직도를 봤는데
내가 있어야 할 곳이 없고 누군가에게 불필요한 존재가 된다면 미련없이 떠나야 하는 순간이라고 생각한다.

언젠가 회사를 떠나는 시간이 올 것 같다.
물론 아직 먼 이야기라고 믿고 싶다.
하지만 떠나게 되면 당나귀 처럼 음악대에 들어갈 것이다.
평상 시에 해보고 싶었던 것을 후회없이 도전해 보고 싶다.
브레멘 음악대 처럼 나와 비슷한 처지에 비슷한 사람들과 의기투합하여 멋진 음악대를 만들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괴로움과 여러움(도둑들)을 몰아내고 당당히 그곳에서 음악을 연주하는 마음으로
즐겁고 사이좋게 살아가고 싶다.

세상이 너무 힘든데 버티기 힘들면 브레멘으로 가자
그곳으로 가다보면 새로운 길이 있을꺼야
적어도 도살자에게 팔려가 스스로의 인생을 남에게 맡기지는 않을 테니까

2018. 12. 04
Li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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