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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준성 Aug 06. 2022

리니지를 좋아해서 엔씨소프트에 입사했다.

뭐라도 될 줄 알았다.

  게임을 너무 좋아해서 패미컴, 슈퍼패미컴 그리고 지금은 닌텐도 스위치까지 내 인생에서 게임을 빼 놓고 이야기 한다면 아마도 이야기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게임의 사행성, 중독성 등 어두운 부분이 있다고들 하지만 인간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밝은 면과 어두운이 존재하지 않는가? 나는 게임을 너무 좋아하다보니 마흔이 넘은 지금도 게임을 꾸준히 즐기고 있고 게임을 할 때 커다란 행복감을 느낀다.


  중고등학교 시절에 공부를 열심히 하고 주위에 공부 잘하는 친구들과 어울리다보니 성적도 꽤 잘 나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인터넷의 발달로 컴퓨터 게임이 많이 출시되고 있었고 1997년 스타크래프트와 레인보우식스가 출시되어 나는 어느새 피씨방 죽돌이가 되어가고 있었다. 몸은 도서관으로 향하고 있었지만 마음 속에는 오직 스타크래프트 전술/전략이 떠오르고 야자시간에는 어떻게든 학교를 뛰쳐나와 피씨방에 가고 다음날 체벌로 그 댓가를 치르고는 했다.


  고등학교 시절에 나온 엔씨소프트의 리니지라는 게임은 내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다. 이 작은 세상 속에는 모든 인간 군상들이 살고 있었고 도전, 용기, 싸움, 도망, 사기 등 모든 것이 리니지라는 월드안에 모두 존재하였기 때문이다. 스무살이 되고 대학진학에 실패한 나는 전산원에 가서 자격증을 취득하겠다고 마음을 먹고 열심히 공부하면서도 꾸준하게 리니지를 했으며 스물한살에 피씨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아침에는 일을 하고 퇴근 후에는 밤늦게 까지 리니지를 즐기는 주경야린 생활을 했다.

신기한 사실은 새벽 2~3시까지 리니지를 하고 8시에 출근해도 하나도 피곤하지 않았다. 뭔가 홀려 있는 사람처럼 운동선수가 루틴을 만든 것처럼 나는 즐겁게 일을 하고 밤에는 술을 마시고 스타크래프트와 리니지를 미치도록 했다.


  군대에 가서도 휴가나 외박을 나오면 피씨방에 가서 리니지만 했으니 나의 리니지 사랑은 정말 대단했던 것 같긴하다. 군대 제대 후에 공부에 대한 미련과 아쉬움이 생겨서 공부를 하면서 할 수 있는 일을 찾기 시작했다. 그런데 너무나도 신기하게도 엔씨소프트에서 우편물을 배달하는 파견직원을 채용하고 있었고 함께 면접을 본 두 사람은 대졸자이기 때문에 이 일(우편물을 배달하는 일)을 오래하지 않을 것 같다고 떨어지고 고졸인 내가 채용되었다.


  월급도 적고 미래도 없는 일이었지만 행복했다.

  그토록 일하고 싶었던 엔씨소프트라는 회사에 들어오게 되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꿈만 같았다.

어린시절 드래곤퀘스트와 파이널판타지 게임을 하면서 스퀘어라는 회사에 청소부라도 되었으면 좋겠다고 막연하게 생각했는데 정말 그 꿈이 이루어진 것이다.


단지, 리니지를 좋아해서 엔씨소프트에 입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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