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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준성 Aug 07. 2022

엔씨소프트에서 우편물을 배달하는 일

뭐라도 될 줄 알았다.

엔씨소프트에서 내가 맡았던 업무는 우편물을 관리하는 업무였다.

지금은 엔씨소프트 임직원이 5,000명이 넘지만 당시에는 1,000명 밖에 되지 않았다.

빌딩도 3개에 나누어서 근무를 했는데 내가 하는 일은 매일 도착하는 우편물을 분류해서 직원들에게 전달하는 일이었다.

당시 내게 업무를 인수인계 해준 동갑내기가 나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 주었다.


이 일은 발전이 없는 단순 반복 업무지만 자신의 경험상 5년을 일하면 정규직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사실 나는 정규직이 될 거라는 상상도 하지 못했고 2년간 파견계약을 맺고 온 파견직이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엔씨소프트 소속이 아니라 그린맨파워라고 하는 용역회사에 소속된 직원이었다.

파견업체는 엔씨에서 채용 수수료를 받고 나는 파견 업체에서 월급을 받는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우편실 업무는 단순했다. 우편물은 하루에 200~300개 정도 도착하였는데

우체국 가면 있는 우편물 분류함 같은 것이 크게 하나 있었다. (사진을 찍어놓았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다.)

그 우편함에는 층별로 표시를 해 놓았는데 직원들이 자신이 근무하는 층을 주소지에 정확하게 기재하지 않고

00팀 누구 이런 식으로 기재를 해 놓아서 검색하고 분류하고 시간이 꽤 걸렸다.

하지만 몇 달 후에는 분류하는데 5분 정도 시간이 걸렸다.

오전에 1번, 오후에 1번 우편물을 배달하고 등기 우편은 사인을 받아 관리했다. 

우편물을 배달하면 나머지 시간은 온전히 나의 시간이었는데 나는 이 시간에 보통 책을 읽었다.

우편실은 별도의 사무공간이 주어졌는데 여기서는 아무도 나에게 뭐라 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저 나에게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기만 하면 됐다. (이 말의 무서운 점은 내 업무가 엄청난 효율을 발휘했다는 점이다.)


아침 9시에 출근해서 오후 6시에 퇴근하는데 내가 실제로 업무를 하는 시간은 5~6시간 정도였고 2시간은 공부를 하거나 책을 읽으면서 대학에 갈 준비를 했다.

고등학교 다닐 때에는 의무감에 공부를 했는데 원해서 대학공부를 하니 공부하는 것도 책을 읽는 것도 너무 즐겁고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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