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밤 꿈에 돼지가 나왔다. 어찌나 돼지가 많던지 땅을 다 뒤덮을 정도였다. 조용히 그 옆을 지나쳐가려는데 한 마리가 나와 딱 눈이 마주쳤다. 그러더니 다짜고짜 나를 향해 뛰기 시작했고 옆에 있던 나머지 돼지들도 줄줄이 뒤따라 왔다. 도망치기 위해 허둥대던 나는 넘어졌고, 결국 돼지 떼에 깔려서 비명을 지르다가 이른 새벽에 잠에서 깨고 말았다.
평소에 미신이나 꿈 해몽을 믿지 않는 편이었지만 이번에는 복권을 안 사고 넘어갈 방도가 없었다. 한 마리가 나와도 길몽이라고 할 마당에 수십 마리의 돼지가 한꺼번에 몰려왔으니 이건 초대박 길몽이 틀림없으리라.
미세먼지도 심하고, 복권 판매점까지 걸어갔다 오기 싫어서 인터넷으로 복권을 구매하기로 했다. 회원가입을 하고 복권을 구매하기 위해 계좌이체로 충전도 마친 후 번호를 고르기 시작했다. 사납게 달려들던 돼지 떼를 떠올리면서 간절히.
그렇게 복권 구매를 완료한 후 컴퓨터를 켠 김에 혹시 운에 대한 재미있는 단어가 있나 뒤적거려 보았다.
그러다 운 좋게(아닌데, 이렇게 쓸 운이 아닌데... 취소 퉤퉤퉤!) 걸린 ‘날떠퀴’.
이건 뭐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완전히 생소한 낱말이었다. ‘그날의 운수’라는 다소 싱거운 풀이를 보며 오늘도 왜 이런 뜻을 가진 단어가 되었는지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기 시작했다.
일단 날(日)이 들어갔으니 거기까지는 이해가 되는데 ‘떠퀴’는 도대체 어디서 어떻게 나타난 것일까? ‘떠’도 그렇고, ‘퀴’도 그렇고, 일상생황에서 거의 쓸 일이 없는 글자다 보니 감이 잡히질 않는다. 그러다가 ‘떠’는 ‘덕(德)’을 ‘퀴’는 ‘귀(鬼)’가 아닐까 하는 다소 엉뚱한 생각에 꽂혔다.
귀신의 덕을 보는 날, 혹은 그날의 운세(덕)를 관장하는 귀신.
하루의 운수는 좋을 수도 있고, 그렇지 못할 수도 있다. 그래서 오늘 날떠퀴가 좋으면 행운이나 뜻하지 않은 횡재를 기대하게 되는 것이고, 날떠퀴가 안 좋으면 몸을 사리고 행동을 조심하게 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오늘의 내 운세를 넌지시 알려주기 위해 귀신이 내 꿈에 돼지를 잔뜩 몰고 나타난 것일까?
복권을 사길 잘했다는 생각을 하며 글을 마무리하려는데 근처에 사시는 어머니께서 전화를 하셨다. 삼겹살을 넉넉하게 샀으니 와서 가져가라고.(아... 나가기 귀찮지만) 알았다고 말씀드리고 끊었는데, 이번에는 아내가 퇴근한다고 카톡을 보냈다. 집에 가는 길에 장모님 댁에 들러서 돼지 목살을 가져간다는 첨언과 함께. 어째 기분이 싸하다. 저녁에 소주랑 먹으려고 오랜만에 보쌈을 배달앱 장바구니에 담아 놓았는데. 설마 돼지 떼가 이렇게 몰려오는 것인가? 에이~ 그럴 리가...
(사진 출처 : Pixabay)
아.. 대문 사진에 네잎 클로버가..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