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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호 Jun 30. 2022

사장과 알바

꼬우면 네가 사장하지 그러냐?

사장 놈은 매번 저런다.

내가 해 놓은 일에 만족하는 법이 없다.     


돈도 많이 안 주면서 일만 많이 시켜.

알바 놈은 매번 저런다.

만족스럽게 일을 해 놓는 법이 없다.     


하다 보면 재고가 한두 개 안 맞을 수도 있지.

그걸 다 나한테 꼬치꼬치 따져 묻는다.

본인이 실수하면 대충 얼버무리고 넘어가면서.     


꼼꼼해야 살아남는다.

세상을 그렇게 만만하게 보다가는 큰코다친다.

주인 의식이 있어야 의욕이 생기는데 여태 그걸 모른다.     


더럽지도 않은데 자꾸 청소를 시킨다.

먼지가 하나 있으나 둘 있으나 어차피 안 보인다.

굳이 손가락으로 길게 문지르니까 그것들이 모여서 눈에 드러나는 거다.     


청소를 시키면 눈에 보이는 곳만 대충 치우고 닦는다.

내 눈에 안 보인다고 해서 없는 게 아니다.

대한민국이 여기까지 성장한 이유가 바로 근면 성실이다.     


화장실 좀 간다고 눈치를 준다.

이건 어디까지나 생리현상이고, 그걸 막는 것은 인권을 위협하는 행위이다.

소변을 끊어서 보든 대변을 나눠서 보든 그건 내 자유다.     


화장실에 가는 시간은 분명 근무 시간이 아니다.

자꾸 저런 식으로 굴면 초 단위로 다 더해서 모아 놓을 생각이다.

언제 날 잡아서 한꺼번에 근무 시간에서 제외하면 된다.     


인사 좀 작게 한다고 손님들이 안 오는 것도 아니고

제대로 받아주는 사람도 없는데

혼자 웃으면서 헤헤 거리라고?     


우리나라는 예부터 동방예의지국이다.

인사에서 관계가 시작되고

첫 단추를 잘 끼워야 마무리도 좋게 끝난다.     


급여가 하루 밀리면 타격이 크다.

나도 다 내 주머니 사정이 있는 거다.

그걸 일일이 다 설명하자니 구차해져서 참는 거다.     


급여가 밀리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나도 어쩔 수 없는 사정이라는 게 있는 거다.

그걸 일일이 다 설명하자니 체면이 구겨져서 참는 거다.     


유통기간 지난 제품을 챙겨주는 건 그래도 고맙다.

다행스럽게 아직까지 배탈이 난 적도 없다.

그래도 가끔은 새로 입고된 제품을 주는 날도 기대해 본다.     


신상품이 입고되면 먼저 먹여보고 싶다.

손님들 반응을 미리 예측하면 추가 주문이나 운영에도 도움이 될 텐데.

유통기간 지난 제품을 주면서 배탈이라도 날까 봐 걱정이다.     


명절이나 휴가철이 되면 나도 놀고 싶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그런 감정을 꾹꾹 누른다.

언제가 좋은 날이 오겠지.     


명절이나 휴가철이 제일 난감하다.

며칠 정도는 가게 문을 닫고 훌쩍 떠나고 싶다.

그런 날이 오긴 올까?     


사장 놈이 좋은 일이 있나 보다.

오늘 가뜩이나 힘들었는데 일찍 퇴근하고 쉬란다.

어색하다. 이러다 영영 잘리는 건 아닌가.     


알바 놈이 좋은가 보다.

고작 한 시간 일찍 가게 문을 닫는데 나도 가슴이 콩닥거린다.

불안하다. 이러다 영영 가게 문 닫는 거 아닌가.          



미루고 미루던 약속을 이제야 지켰다.

친구 녀석을 실로 오랜만에 만났다.

몇 년 만에 같이 소주잔을 기울인다.     


“가게는 좀 어떠냐?”

“미치겠다. 최저시급 또 올린다잖아.”

“미치겠다가 아니라 이미 미친놈이네. 1인 매장하면서 별 걱정을 다하고 자빠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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