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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호 Aug 25. 2023

재능


나는 별다른 재능이 없다. 모든 분야에서 평범하거나 다소 부족한 편이다.


이런 나를 불쌍하게 여기셨는지 신께서 한 가지 선물을 주시긴 했다.


꿈.


미래에 대한 기대, 희망, 소원, 염원, 바람 등에 대한 것이 아니다. 자면서 꾸게 되는 바로 그 꿈이다.


비록 실생활에서는 아무런 쓸모가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전혀 의미가 없는 것으로 치부할 수도 없다. 잠을 자는 것 역시도 하루의 일부이기에 따지고 보면 또 다른 현실이나 마찬가지이다.


나는 원하는 꿈을 꿀 수 있고, 꿈을 꾸는 동안 꿈이라는 사실을 인지할 수 있다.


잠이 들고나면 오직 나의 의식뿐이다. 빛도 어둠도 없고, 공간과 시간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게 나는 꿈을 시작한다.


내가 온전히 지배하는 나만의 세상.


당신에게 만약 이런 능력이 있다면 어떤 꿈을 꾸고 싶은가?


나는 세상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이 되기도 하고, 슈퍼맨이 되어서 사랑하는 사람과 우주를 유영하기도 하고, 호랑이가 되어 숲에서 사냥을 하거나, 대통령이 되어서 강대국과 맞짱을 떠보기도 했다. 물론 공개가 불가한 꿈들도 제법 많다.


지금도 나는 꿈을 꾸는 중이다. 장소는 사무실.


"김 부장! 정말 일을 이따위로 할 거야?"


쩔쩔매는 김 부장이 다른 직원들의 눈치를 보며 나에게 고개 숙여 사과한다.


"죄송합니다. 다음부터는 이런 일이 없도록......."


"닥쳐!"


김 부장의 튀어나온 입을 향해 주먹을 날린다.


나가떨어진 김 부장의 입술이 터져서 빨간 피가 흐르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다시 내 앞에 불러 세운다. 그렇게 때리고 또 때리면서 분을 푼다. 오전에 올린 보고서에 오타가 있었다며 모두가 보는 앞에서 그렇게 핀잔을 줄 때는 이런 일이 벌어질 거라고 상도 못 했겠지? 하루 이틀도 아니고 부끄러워서 후배들 얼굴 마주하기가 힘들다.


이제 슬슬 꿈에서 나가야겠다. 점심시간이 거의 끝나가는 중일 테니.


어? 분명 눈을 떴음에도 사방이 어둡다. 아직 깬 것이 아닌가? 이런 경우는 지금까지 한 번도 없었는데.


"빛!"


내 말에 반응이 없는 것을 보면 분명 꿈속은 아닌데.


"박 과장!"


어? 이 목소리는 김 부장이 확실한데 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것일까? 무섭다. 꿈과 현실의 중간에 갇혀버린 것일까?


"안 일어나? 점심시간 끝났어!"


목소리가 들리는 곳을 향해 손을 뻗으며 아등바등거리는데 누군가 기분 나쁘게 이마를 툭툭 때린다.


"이 사람 이거 지금 뭐 하는 거야? 막내야, 이런 건 절대로 배우면 안 된다. 알았지?"


갑자기 눈앞이 환해졌다. 김 부장이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다. 오늘 택배로 받은 내 수면 안대를 뺏어 들고서.


"그럴 거면 그냥 집에 가서 계속 잠이나 쳐 자."


출처 : 김재호

두고 보자. 오늘 밤.


"아. 박 과장. 잠깐만. 아까 나도 잠깐 졸았는데, 자네가 나를 주먹으로 계속 때리지 뭔가? 어찌나 아프던지 진짜 같았다니까. 그러고 보니 그저께 밤에도 꿈에서 박 과장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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