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재호 Jul 04. 2022

민트초코

우리 민초사학(민트초코를 사랑하는 학생들)은 어울려 다니길 좋아한다.

학교에서 정해준 등교시간 있지만 우리는 우리만의 등교시간이 따로 있다.     

다른 아이들이 교실에 들어오기 30분 정도 일찍 교실에 모이면

전날 각자 작성한 비밀 일기를 사물함에 몰래 보관 중인 상자에 모두 담는다.     


금요일 오후가 되면 다들 집으로 학원으로 혹은 놀이터로 내 달리지만

우리 민초사학은 학교 도서관에 집결해서 다음 주 마니또(비밀 친구)를 두 명 선정한다.     


비밀 노트와 비밀 친구.

민트초코를 사랑한다는 유일한 공통점이 있긴 하지만

이 두 가지가 개성과 취향이 완전히 다른 우리를 끈끈하게 묶어주는 역할을 한다.     


마니또는 ‘천사의 친구’와 ‘악마의 친구’로 나뉜다.

‘천사의 친구’로 선정된 누군가는 일주일 동안 은밀하게 도움을 받는다.

‘악마의 친구’로 선정된 나머지 한 명에게는 그와 반대로 대놓고 드러나는 도움을 준다.

왠지 천사와 악마는 그렇게 행동할 것만 같아서 정한 규칙이다.     


비밀 노트는 말 그대로 비밀이 적혀있는 노트다.

한 달에 한 번 상자에 숨겨놓은 비밀 일기를 한 장씩 한 장씩 잘 묶어서 노트로 만들고

겉장은 단출한 무늬로 치장한다.     


제목은 없다. 

떡하니 ‘비밀 노트’라고 쓰는 바보 같은 짓은 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 누구도 내용을 읽지는 않는다.

비밀 노트는 서로를 이어주는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다.

졸업할 때 우리 머릿수대로 책을 엮어서 한 권씩 나눠가질 예정이다.

그때가 되면 더 이상 ‘비밀’ 노트가 아니겠지만.     


뜻하지 않은 이유 때문에 사건이 벌어졌다.     

누군가의 사라진 지갑 때문에 선생님이 사물함을 모두 열라고 한 것이다.

그렇게 우리의 비밀 노트들이 민초사학의 일원이 아닌 다른 사람 손에 들어가고 말았다.     


그러면 안 되는 거였다.

아무리 선생님이라도 그렇게 빼앗아가는 것은 불합리했다.

우리는 필사적이었지만 결국 모든 것을 잃고 말았다. 


그 후로 선생님은 우리의 비밀을 모두 알고 있다는 듯이 행동했다.

우리 역시 선생님의 일거수일투족을 낱낱이 기록해 나갔다. 그녀의 비밀이 필요했다.

치열한 공방이었고, 소리 없는 전쟁이 이어졌다.

누구든 허점을 보이면 여지없이 파고들 것이 분명했다.     


우리는 더 이상 학교 안에서 함께 모이지 못했다.

그렇게 민초사학은 겉으로 보기에 완전히 끝난 것처럼 보였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이름만 바뀌었을 뿐이다.     

민초미학(민트초코를 미워하는 학생들)으로.     


그렇게 ‘민트초코’라는 별명을 가진 선생님은 

고난과 역경으로 가득 찬 새로운 학교생활을 맞이하게 되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Gloomy의 Smile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