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의 가치

띠부씰

by 김재호

나는 어릴 때 우표를 모으는 취미를 가졌었다. 오랜 기간에 걸쳐 열심히 모았기 때문에 제법 그 수도 많았고 특이하거나 오래된 우표들도 몇 장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커가면서 점점 다른 것들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자연스레 우표 수집이라는 취미에서 멀어지더니 심지어 애지중지하던 우표 수집 앨범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왜 그 당시에 그렇게 우표에 집착했는지 나 스스로가 잘 이해되지 않는다. 어처구니없고 부끄러운 기억도 하나 있다. 새로 발행된 우표를 가지고는 싶은데 용돈의 여유가 전혀 없던 나는 아파트 공동 출입구에 있는 우편함을 뒤지고 다녔다. 그리고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에게 온 편지에서 처음 보는 우표가 보이면 조심스레 뜯어냈다. 어린 나이였다고 해도, 그리고 이미 사용된 우표였지만 분명 잘못된 행동이었다. (그때 제가 한 잘못으로 피해를 입으셨던 그렇지 않으셨던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최근에 포켓몬 빵에 들어있는 스티커(정확한 명칭을 찾아보니 일반 스티커들과는 다르게 떼었다가 붙였다가 할 수 있다고 해서 ‘띠부씰’이라고 부른다고 한다.)를 모으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이슈가 되고 있다. 어찌나 인기가 많은지 편의점이나 마트에 입고되는 시점을 미리 확인하고 찾아가서 한참 동안 줄을 선 채 기다렸다가 왕창 사재기를 한다고 한다. 상황이 그렇다 보니 온라인 중고품 판매 사이트나 경매 사이트에서도 적지 않은 금액에 거래도 되고 있다.


남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도 아닐뿐더러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위해 기꺼이 시간과 금전을 사용한다는데 감히 내가 뭐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까칠한 중년의 남자로서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을 이야기 할 수는 있다고 본다.


보통 본인이 좋아하고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매 순간 정진하는 모습을 보면 감동적이고 아름답다. 올림픽 금메달을 예로 들어보자. 동그랗고 반짝이면서 예쁜 무늬까지 있는 금메달은 우리의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우리는 금메달 자체를 부러워하거나 인정하지 않는다. 그 메달이 가진 중요한 값어치는 타고난 재능에다 부단한 시간과 노력을 아낌없이 투자한 그 사람을 선정하고 축하하는 하나의 부산물일 뿐이다.


우리 대부분은 ‘자유 시장 경제’라는 틀 안에서 살고 있다. 시장은 인간의 욕구 중 소유욕이라는 것을 만들어냈다. ‘당신은 이것을 가지고 싶다. 당신은 저것도 가지고 싶다. 조금만 더 노력하면 다 가질 수 있다.’ 이런 주문에 현혹된 우리는 밤낮없이 헛헛함을 느끼며 좀비처럼 움직이고 있다. (우울증을 치료하는 가장 좋은 약은 지름신 영접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시장은 개개인의 소유욕을 키우기 위해 끊임없이 자극을 준다. 재화나 서비스부터 경험(혹은 체험)이나 오감만족까지 무수히 많은 것들을 우리 앞에 내밀며 유혹한다. (나 역시 그렇다. 텔레비전에 등장하는 유명 연예인에 비할 바가 전혀 못 되지만 우리 집 신발장에는 내 운동화가 무려 일곱 켤레나 된다.) 비단 유혹에서 끝내지 않는다. 소유욕을 심어 놓고 그것이 쑥쑥 자랄 수 있도록 부추기고, 변형시키며, 스스로 주변에 널리 퍼질 수 있도록 분석하고 실험하면서 관리한다. 그렇게 시장은 욕망을 다룰 수 있는 소수의 능력자들이 계속 더 큰돈을 벌어들일 수 있는 실험실 딸린 비닐하우스 같은 존재가 된다. 더 큰 문제는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이런 일들이 벌어진다는 데 있다.


띠부씰(포켓몬 빵 스티커)이 그것을 가진 분들에게 어떤 가치를 인정해 주는지 궁금하다. 포켓몬 캐릭터를 매우 좋아하는 마니아? 부지런하고 끈기 있으며 추진력 있는 사람? 나는 여전히 그리고 앞으로도 그분들에게 좋지 않은 말을 할 생각이 전혀 없다. 그저 궁금할 뿐이다. 나와 가치관이 다른 사람들이라고 해서, 내가 이해를 할 수 없다고 해서 그분들이 틀렸거나 잘못을 한 것은 아니니까 말이다. (다만 포켓몬이 일본 애니메이션이라는 것 정도는 나도 알고 있다.)


오늘도 하루가 가고 있다. 내 가치를 증명해 주고 스스로에게 힘이 되고 위안이 될 만한 일들을 찾으며. 앞으로 운동화가 다 해지고 못 신을 정도로 낡으면 그때 한 켤레 사리라 굳건히 다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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