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과 전혀 다르게 학창 시절에는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히 지냈습니다. 그 이유는 연예인이 되었을 때 과거를 털리지 않기 위해서였습니다.”
얼핏 보면 어릴 때부터 자신의 꿈을 진지하게 생각했고, 훌륭하다고까지는 말할 수 없지만 나름 적절하게 대처했다고 판단할 수 있다. 구설수에 올라 연예인이 되지 못하는 불상사를 애초에 막고자 했으므로. 하지만 까칠한 나는 생각이 조금 다르다.
“가수가 될 거라고 확신했기 때문에 노래 연습을 더 많이 했고, 체력을 키우기 위해 운동도 열심히 했습니다. 또한 학생 신분이었기 때문에 학업도 등한시하지 않으려 책도 멀리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학교폭력이나 왕따 같은 경우는 결코 일어나지 않아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교우 관계를 잘 유지했습니다.”
너무 모범 답안 같아 현실감이 떨어질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나는 이쪽에 더 마음이 간다. 연예인이 될 생각이 없었다면 학교폭력이나 왕따와 관련된 일에 휘말려도 된다는 뜻은 아닐 테니 말이다. 만약 취업을 위한 면접 자리에서 ‘저는 이 회사에 취직하기 위해 죄를 짓지 않았습니다.’라고 말한다면 면접관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최근 5년짜리 계약직에 지원한 사람들의 험난하고 고된 채용 과정을 지켜보았다. 지원자는 많지만 공석은 하나밖에 없어서 매번 치열한 경쟁이 벌어진다. 게다가 면접관들은 얼마나 까다로운지 지원자들을 하나부터 열까지 속속들이 알고 싶어 하고, 감 놓아라 배 놓아라 온갖 참견과 간섭을 늘어놓는다. 막상 계약직을 차지하더라도 몇 가지를 빼면 처우가 영 별로다. 숙식을 제공해주고 연봉도 제법 많이 주지만, 대신 숨 막히는 업무 강도와 책임감이 매 순간 압박을 가하고 혹여 의사결정이나 발언에 실수가 생기면 온갖 욕을 감내해야 한다. 게다가 선배 몇몇은 감옥을 경험하기도 했으며, 계약 기간을 다 채우지 못하고 중간에 잘리는 Risk도 감내해야 한다. 그런데도 그렇게 죽기 살기로 그 자리에 가려고 한다.
특히 구직 과정 중 가장 힘든 게 뭐냐 하면 탈탈 털리는 신상 정보와 과거 행적이다. 요즘은 예전과 다르게 직무와 관련되거나 반드시 필요한 내용만 이력서에 적게 되어 있으며, 사진이나 가족 관계 등 불필요한 목록은 제외하는 Blind 채용이 보편화되었다던데 이건 전혀 다르다. 직계 가족은 물론이고 사돈에 팔촌 혹은 별로 친하지 않은 친구들과의 관계까지 속속들이 공개해야 한다. 재산 형성 과정, 남녀 관계, 과거 발언, 범법 행위 등도 당연히 하마평에 오른다. 말 그대로 어머니의 배에서 나온 순간부터 지금까지 잠깐이라도 먼지가 묻었다면 모두 밝혀내려 혈안이다. 게다가 경쟁자나 경쟁자의 지지자가 없던 일을 만들거나 괜한 의심을 진실인양 물고 늘어지면 하나하나 모두 해명하느라 홍역을 치르기도 한다.
여하튼 운동선수, 연예인, 정치인 등 세상에 얼굴이 알려지는 직업을 가지려는 사람들은 확실히 예전보다 과거를 두려워해야 하는 세상이 되었다. 하지만 다시 한번 말하지만 단지 그런 직업을 가지기 위해서, 과거를 털었을 때 비난받지 않기 위해서 조심하는 것은 아니어야 한다. 직업이 문제가 아니라 올바르지 않은 일은 누가 되었든, 무엇이 되고 싶든 하면 안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