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아내의 확진

by 김재호

오늘 오전 아내가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확진 판정을 받았다.

(그동안 외식 한 번 안 하고, 마스크 착용 및 손 씻기를 그렇게 잘 지키던 아내였기에 상당히 억울해했다.)

나와 아이는 음성.

혹시 민폐를 끼치는 상황이 벌어질까 봐 아이는 등교시키지 않기로 했다.


몸살 기운에 목까지 아픈 아내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나 역시도 정신없는 하루를 보냈다.

밥을 여섯 번 차리고 치우고

설거지를 끼니때마다 하고

환기와 청소를 하고

마른빨래를 걷고 개서 옷장에 넣고

세탁기를 돌리고 빨래를 널고

아이 공부를 잠깐씩 봐주고

제대로 쉬지 못하고 재택근무나 마찬가지로 업무를 해야 하는 아내를 틈틈이 챙기고

부모님들께 마스크 잘 쓰시고 사람 많은 곳 피하시라고 연락드리고

아내의 잠자리를 준비해주고.


하지만 이 모든 게 이제 시작이라는 사실.

앞으로 6일간 비슷한 나날들이 더 이어질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답답해졌다.

게다가 아이에게 전염이 될까 봐 계속 신경이 쓰일게 분명하다.

기분 탓이겠지만 나도 괜히 목이 칼칼하게 느껴진다.

(고작 7일 가지고 이렇게 생색을 내는데,

새삼 어머니의 위대함을 다시 한번 실감합니다.)


그래서 브런치 작가가 되면 일주일에 최소 한편 이상의 글을 발행하겠다는 다짐을

벌써 이렇게 어기게 되는 건가 하는 찜찜한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이런 와중에 까칠까칠한 이야기를 굳이 하면서 정신을 더 피폐하고 곤두서게 만들 필요는 없으니까.

나는 결국 적절한 타협점을 찾기로 했다.

이번 주는 아내를 생각하며 지었던 시 한 편으로 대신하기로.



부부


벼랑 끝과 절벽 앞

날개 한 쌍 필요한 건 매한가지라

우리는 어깨동무를 한다.


사막과 홍수

물이 문제인 건 매한가지라

우리는 입을 맞춘다.


똑똑이와 바보

죽음을 모르는 건 매한가지라

우리는 길동무가 된다.


오늘 우리는

한쪽씩 날개를 나눠 달고

모자람과 넘침을 이해하며

나란히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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