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퇴를 보며
다 큰 사내 녀석이 어찌나 크게 울어 젖히는지
멀리서도 공간을 흔드는 진동이 느껴진다.
달래줄까 아니면 혼내줄까
분명 나보다 한참 나이가 어릴 텐데,
일단 녀석에게 다가가 본다.
발자국 소리를 들었는지
울음소리 잦아들고 어느새 숨을 죽인다.
하긴 그 정도면 부끄러움을 알 때도 되었다.
하루 이틀 운 것도 아니니
나 아니어도 객들이 많았으리라.
두리번두리번
녀석 있을만한 곳 살피는데
이 요망한 녀석이
애저녁에 분신술을 쓰고 도망갔다.
허탈해진 마음 달랠 겸
내 입장에서
텅 빈 ‘선퇴’를 보며
이런저런 생각들 담아본다.
뭐, 매미 입장은 전혀 다르겠지만.
매미
7년을 내공만 모으며 살다
득음의 경지에 다다르기 위한
마지막 수련
7년을 땅 속에서 기생하며 살다
한 달의 자유를 불사르는
마지막 광란
7년을 미물로 살다
영물로 환생하고자 치르는
마지막 관문
7년을 장님으로 살다
아름다움에 눈 뜨게 만든 여름을 향한
마지막 칭송
7년을 수도승으로 살다
죽음에 이르자 인간들에게 남기는
마지막 선물
7년을 독수공방 하며 살다
진정한 짝을 찾아 목놓아 부르는
마지막 세레나데
7년을 묵언수행에 정진하다
가여운 중생들 구하기 위한
마지막 설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