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시간 사랑

by 김재호

평소에 제가 쓰던 글과는 분위기가 전혀 달라서

느닷없는 소리로 들리실지 모르겠지만

한국인의 시간 사랑에 대해서 잠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가끔 한국인만이 가진 특징들에 대해서 대화를 나누다 보면

여전히 '빨리빨리''코리안 타임'에 대해서 언급하시는 분들이 계시더라고요.


부정적으로 혹은 긍정적으로도 해석되길래

저도 저 나름대로 고민을 해봤습니다.



1. ‘빨리빨리’가 아니라 ‘시간을 계획적이고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국민’


1) 예비 동작으로 시간 낭비 줄이기

요즘은 안전상의 이유로 조금씩 변해가고 있는 추세지만 여전히 어르신들은 버스가 정차하기 전에 일어서서 카드를 단말기에 찍거나 출구 앞으로 이동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바로 미리 해야 할 일을 해 놓음으로써 다음 동작에서 지체되는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함입니다. 여러 사람이 내리면서 벌어질 혼잡스러움을 조금이나마 신속하게 만들기 위한 배려죠. 물론 본인을 포함해서요.


2) 세세한 계획을 통해서 보다 완벽하게

어릴 때부터 시간 계획표 짜는 일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방학이면 예외 없이 ‘일일 생활 계획표’를 만들고, 시험공부를 할 때면 어느 과목에 얼마 큼의 시간을 언제 투자할지 미리 철저하게 계획을 세우며 자랐습니다. 그렇다 보니 직장인 되거나 사회 활동을 하는 경우에도 거의 분 단위로 정해 놓은 계획에 따라 움직입니다. 지금 5분 더 자고 일어나게 되면 세수하는 시간을 1분 줄이고, 밥은 반만 먹고, 양치는 회사에서 하고, 어쩌고 저쩌고. 몸은 누워있는데 자는 것도 아니고 머릿속은 시간 계산으로 바쁘게 움직입니다.


3) 예측을 통한 시간 나눠 쓰기

최근 저희 동네에 새로운 보행자 신호등이 생겼습니다.

초록색 그러니까 보행 신호가 몇 초 남았는지만 표시되었었는데 추가로 적색 신호가 언제 꺼질 지에 대한 시간까지 보여주는 신호등입니다. 다시 말해서 적색 신호가 언제 초록색 신호로 바뀔지를 알려주는 것이죠. 사실 처음에는 이게 왜 필요할까 생각했었는데 어느 노인 분을 보고 깨달았습니다. 신호가 바뀔 때까지 짐을 내려놓고 벤치에서 쉬시다가 곳 초록색이 켜진다는 것을 인지하시자 일어나시더라고요. 다음 상황을 예측할 수 있게 되면서 시간을 나눠서 쓰거나 버려지는 시간을 알뜰하게 사용하는 것이죠.


4) 동시에 여러 가지

멀티태스킹이 인간의 뇌를 피곤하게 한다는 글을 얼마 전에 보았습니다. 하지만 뇌 말고 주변 상황은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게 할 수 있습니다. 오래 걸리거나 다른 일에 영향을 미치는 작업을 유기적으로 행하는 것이죠. 예를 들어, 집에 들어가서 세탁기를 돌리고 라면 물을 올려놓고 라면을 꺼내고 옷 정리를 하러 가면서 동선에 맞춰서 텔레비전을 켜고 휴대전화를 충전합니다. 두서없는 선형적인 행동이 아니라 치밀한 계산 하에 효율적으로 동시에 여러 가지 일들이 처리되게끔 하는 것이죠.



2. ‘코리안 타임’ 이 아니라 ‘주인공 욕심이 조금 많은 국민’


주인공은 항상 마지막에 등장합니다.

조용필 가수가 그랬고 주현미 가수가 그랬고 서태지와 아이들이라는 그룹이 그랬습니다. 회사에 갔더니 사장님과 회장님이 매번 마지막에 오시더라고요. 나쁘게 말하면 남들보다 우위에 있음을 은연중에 표현하는 것이 되겠고, 좋게 표현하면 주인공이 되고 싶은 애교로 봐주고 싶습니다.


그리고 워낙에 시간을 계획적이고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국민이다 보니 내 시간이 아깝게 버려지는 것을 참을 수 없는 것입니다. 내가 너 기다리면서 시간을 허망하게 날리느니 내 볼일 다 보고 적당히 늦게 나가겠다는 생각이 불러일으키는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역시도 내가 주인공이니 조연인 네가 몇 분 손해 좀 보라는 얄밉지만 귀여운 심보가 엿보입니다.



결론적으로

DNA 분석을 하면 그런 것까지 나올지 모르겠지만,

어쩌면 한국인들의 핏속에 시간을 사랑하고 아끼는 버릇이 있나 봅니다.

남들이 뭐라 하든지 우리끼리라도 조금 여유로운 마음으로 스스로를 바라보면 좋겠습니다.

‘국뽕’까지는 가지 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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