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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호 Jul 27.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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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충만했다.     


가진 것들이 원하는 것들을 앞질러버린 시대.

소모하지 못하는 소유가 필요라는 허구의 안도감을 생산해내면서

인간의 욕망은 구시대적 유물로 남았다.     


그렇게 펼쳐진 새로운 세상은 영원히

그리고 찬란하게 지속될 것이라 믿었다.     


정보가 언어를 통해서 이동하는 단계를 벗어나자

인류의 발전 속도는 측정이 불가할 정도로 빨라졌다.     


그 속도를 버티지 못하거나

스스로 도태되길 원한 자들은

그들만의 공간과 시간 속에서 머물렀다.     


그들은 작은 목소리로 항상 중얼거리지만

듣기 위해 귀 기울이는 자는 없었다.               




바이러스.

긴 시간이 흐르며

퇴색되고 보잘것없어 잊힌 단어.     


이 단어가 다시 인류를 망칠 줄은

누구도 상상조차 못 했다.     


모든 관계가 하나의 뿌리에서 시작되었으며

커다란 줄기에서 곳곳으로 퍼져나간 가지들이

실직적인 삶을 지탱하고 있었다.     


바이러스가 뿌리에서 시작되자

그 파괴의 행태는

도미노처럼 멈추지 않고

모든 끝을 향해 내 달렸다.     


경제가 망가지는데 고작 몇 시간밖에 걸리지 않았다.

가치를 지탱했던 신뢰와 약속이 속절없이 무너졌다.     


관계가 끊어지기 시작하면서

존재했던 존재들이

순식간에 암흑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어둠은 손길이 닿는 것이라면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집어삼켰다.     


완벽한 존재는 오직 어둠뿐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그때와 마찬가지로 

이겨내리라.     


전문가들이 대책을 세우고

새로운 길을 찾아서 

우리를 이끌어 가리라.     


사람들은 기다렸다.

리더가 제시하는 방향으로

새로운 출발을 하기 위해서.

가진 것들을 내려놓고

올바른 줄에 서기 위해

눈치를 보며 분주하게 움직였다.               


붕괴된 잔해 속에 남으려는 자들도 간혹 보였으나

진화의 속도를 버티지 못하거나

스스로 도태되길 원한 자들은

그들만의 공간과 시간 속에서 머무는 법이다.     




그동안

인류를 든든하게 지켜주고

인류의 발전에 이바지했던

하나의 세상이 마무리되었다.     


살기 위해

살아남기 위해

또다시 인류의 위대한 역사를 이어가기 위해

오염되어 복구가 불가능한 On-Line에서 벗어나

Off-Line의 세상으로

사람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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