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재호 Dec 20. 2022

꽃만 되려고 했다.


때가 되면

고운 색 갈아입고

땅으로 돌아감은

다들 매한가지인데

꽃만 되려고 했다.     


나무가 살아있도록

호흡하고

꽃 피우고

열매 맺게 하는

나뭇잎들은 눈 밖으로 밀어내고

꽃만 되려고 했다.     


한여름 뙤약볕을 가린

시원한 그늘이 되어주고

갑작스러운 소나기에

다정한 우산이 되어주는

나뭇잎들은 그저 싫다 하며

꽃만 되려고 했다.


꽃이 되려고 했다.

나뭇잎들이 온 세상을 덮어도

나는 꽃만 되려고 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내심 (內心)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