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이 끝나고
소매 적신 눈물 마르기 전
묵묵히 할머니가 지켜낸 논이
만(卍) 자로 갈린다.
한겨울이라 다행히
고인 물 나누자며
언성 높일 필요는 없단다.
조문객 뜸하고
눈시울 가리던 어둠 가시기 전
고랑마다 할머니의 발걸음 남은 밭이
십자가(+) 모양으로 나뉜다.
고구마는 이미 다 캐서
나눠 먹은 지 오래니
눈을 흘길 필요는 없단다.
마지막 인사하고
각자의 길 떠나기 전
사부작사부작 할머니의 소리 깃든 집이
옷 고리 풀리듯 무너진다.
쓸 만한 물건들은
이미 다 팔아버리고 없으니
이제 집터만 쪼개면 된단다.
한 조각 한 조각
할머니가 흩어진다.
할아버지는 할머니를
알아보실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