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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호 May 29. 2022

할머니

염이 끝나고 

소매 적신 눈물 마르기 전

묵묵히 할머니가 지켜낸 논이

만(卍) 자로 갈린다.

한겨울이라 다행히

고인 물 나누자며

언성 높일 필요는 없단다.     


조문객 뜸하고

눈시울 가리던 어둠 가시기 전

고랑마다 할머니의 발걸음 남은 밭이

십자가(+) 모양으로 나뉜다.

고구마는 이미 다 캐서 

나눠 먹은 지 오래니

눈을 흘길 필요는 없단다.     


마지막 인사하고

각자의 길 떠나기 전

사부작사부작 할머니의 소리 깃든 집이

옷 고리 풀리듯 무너진다.

쓸 만한 물건들은

이미 다 팔아버리고 없으니

이제 집터만 쪼개면 된단다.     


한 조각 한 조각

할머니가 흩어진다.

할아버지는 할머니를

알아보실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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