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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호 Mar 13. 2023

복수극을 시청하는 나의 자세


'복수극'은 유난히 시청하기 버겁다.

복수의 타당성을 공감하기 위해서는

피해자가 당한 가해자의 악행과 만행 역시도

마치 내가 겪은 일처럼 기억 속에 담아야 하기에.


어설픈 악이 순수한 악을 잉태하는 과정은

그 자체만으로도 당혹스럽다.

신의 계시를 따르는 고독한 성자나

고륜지해(苦輪之海) 속에서도 숨을 쉬는 수도승과는

거리가 먼 나약하고 비루한 존재이기에.


게다가 더욱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은

드라마나 영화와 달리 화면 밖 현실에서는

그런 화려하고 처절한 복수는커녕

제대로 된 처벌마저도 기대하지 못하는 경우를

자주 보기 때문이리라.


그래서 나는 복수'극'을 1.5배속으로 보거나

주요 장면만 모아 놓은 편집 영상으로 접한다.

그래야 통증이 조금이나마 덜하고

상처역시도 빨리 아물 테니까.


비겁하다 한들 어쩌겠는가

복수극은 앞으로도 계속 끊임없이 나올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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