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만 잠깐 움직이면 필요한 물건이나 음식이 집 바로 앞에 금세 도착합니다.
누군가의 슬픔을 위로하기 위해 직접 찾아가거나 만나기보다 통화나 문자로 대신합니다.
손으로 꾹꾹 눌러쓰던 느린 편지가 사라졌습니다.
자동차를 운전하면서 오는 피로를 전자부품이 대신 가져갑니다.
필요한 정보를 검색하고 책을 찾는 대신 알고리즘이 미리 준비해 둡니다.
생소한 거리를 걷는 즐거움을 누군가의 영상과 설명으로 대체합니다.
설거지가 필요 없는 일회용 수저와 용기들이 지천입니다.
돈을 쓰기 위한 절차는 수월해지고, 줄을 서기보다 예약을 선호합니다.
회의나 모임이 있는 장소에 굳이 갈 필요 없이 메타버스를 이용합니다.
청소는 로봇청소기가, 빨래는 세탁기가 하고 실내 온도는 자동으로 조절됩니다.
스마트폰 하나면 모든 집안 전자기기의 컨트롤이 가능합니다.
이런 편리함을 누리지 못하면 시대에 뒤처진 사람이라고, 문명의 이기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여깁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항상 바쁘고, 번잡스럽고, 힘든 이유는 무엇일까요?
어쩌면 우리는 편리함을 강요받고, 그것에 지배를 당하면서도 서서히 끓어오르는 냄비 속 개구리처럼 지금 벌어지고 있는 진실을 깨닫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여유를 누리기 위한 편리함 속에서 살고 있다고 여기지만 더 좋은, 더 빠른, 더 세련된 편리함을 쫓느라 정작 매일 피곤함을 느끼며 살아갑니다.
편리함을 강요하는 주체가 무서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기술일 수도 있고, 편리함을 제공하고 높은 수익을 얻는 회사일 수 도 있고, 남들과 자신을 비교하며 부족한 점을 찾아내기에 혈안인 스스로의 시선일 지도 모르겠습니다.
r진정한 여유가 과연 편리함 속에 있을까요? 아이러니하게도 편리함 때문에 오히려 여유가 사라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오랜 시간 길들여져서, 중독된 사람처럼 혹은 맹목적으로 편리함을 쫓아다니는 좀비처럼 살아가는 것이 어쩌면 가장 큰 불편함이지 않을까 고민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