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억시니

by 김재호


촘촘하게 얽히고설킨 붉은색 그물에 걸린 검은 눈동자

살기 위한 발버둥인지 살기(殺氣) 어린 몸부림인지

일정한 방향 없이 숨차게 펄떡인다.


색깔 감춘 숨소리에 번지는 뽀얀 입김

그 속에 숨어든 나지막한 다짐은

본능으로 벼린 서늘함으로 반짝인다.


한 놈만 걸려라.

한 년만 보여라.


소나무 밑동을 닮은 거친 팔뚝 위로 꿈틀거리는 혈관

침잠하는 서슬에 질려 리듬이 변주한다.


빛과 어둠의 방문도 허락되지 않는 비좁은 몰입

그는 정녕 바람의 그림자가 되기로 한 것일까?


홀로 지나는 연약한 운명.


일말의 지체 없이 달려들어 몽둥이를 휘두른다.

강하게

태생보다 더 강하게 머리통을 내려찍는다.


우주가 가라앉는 소리에 소름이 돋았다.


정수리에서 시작된 명백한 전율

보잘것없던 세포가 합창을 하고

쇠사슬에 묶여 있던 광기가 포효했다.


크고 작은 핏물이 피워낸 선홍빛 꽃밭 위

떨리는 허벅지를 타고 질퍽한 체액이 흐른다.


등 뒤에서 들려오는 우주가 떠오르는 소리.


납작 엎드려 회개의 기도를 읊어낸다.


제발 살려주세요

이번만은 용서해 주세요

내일 또 죽일 수 있게

이 끔찍한 두통이 멎지 않도록.







(참고하세요)

'두억시니'는 도깨비나 야차(夜叉)와 유사하지만 조금 격이 높은 악귀를 뜻합니다. 명사로 해석할 때는 난폭한 사람이나 두통(정신착란)에 의한 해악을 상징하며, 전승에서는 사람의 머리를 으깨어 죽이는 정체불명의 기이한 존재를 나타냅니다. 두억시니는 기본적으로 사람을 괴롭히고, 해치고, 심지어 잡아먹기도 합니다. 하지만 잘 모시면 재보를 얻게 해주기도 하고 아이를 갖게 해주기도 합니다. (출처 : 나무위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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