붙은 껌을 떼다.

by 김재호

순간의 애착이 남기는 극한의 흔적

스치는 바람에 온몸이 바스러진다.

점의 기억은 중력이 되고

하루의 관성은 등을 떠밀어

둥글게 둥글게 드넓은 선을 그리라 다그친다.


모든 길이 몸속으로 향한 점의 습성은

움츠렸던 손톱을 뻗어 목덜미를 잡아끌고

공기(空氣)를 둘러싼 차원의 벽에서 자라난 치밀한 가시들은

손과 발의 바닥과 교집합을 이루며 아우성이다.


시작과 끝의 잔상으로 이어진 웜홀의 신기루

뽀얀 바닥에 눌어붙은 까만 점이

흔들리는 실루엣을 밀어내며 상념을 일으킨다.


어제는,

다가올 어제는

작은 네모를 그리려 하지만

조리개 활짝 열린 눈부신 태양 아래

당신의 팔을 베고 누워 꾸던 꿈은

이제 끝나버렸다.


후회로 가득 찬 칼자루 집어던지고

화난 꽃 잘라내며 새로운 길을 벗어난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두억시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