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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호 Feb 15. 2023

밍밍하고 느린 시간

책을 10분 이상 읽지 못하겠습니다.


드라마 정주행이 힘들어서 하이라이트 부분만 요약해 놓은 유튜브 방송을 봅니다.


한 가지 주제로 조금 깊게 이야기를 하다 보면 금방 싫증이 납니다.


‘짤’이라고 불리는 짧은 영상이 좋습니다.


영화는 1.2배속이나 1.5배속으로 보거나 조금이라도 지루한 장면은 Skip을 합니다.


무언가에 집중을 하다 보면 어느새 잡생각이 끼어들어 머릿속 어지럽니다.


누군가의 말이 조금 길어지면 들썩들썩 자리가 불편해집니다.


글을 쓰다가 저도 모르게 휴대전화를 보면서 딴짓을 합니다.          




요즘 제가 겪고 있는 증상들입니다.


혹시 요즘 여러 매체를 통해서 자주 접하게 되는 ADHD일까 해서 인터넷에게 물어봅니다.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ttention-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 ADHD)는 아동기에 많이 나타나는 장애로, 지속적으로 주의력이 부족하여 산만하고 과다활동, 충동성을 보이는 상태를 말합니다. 이러한 증상을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아동기 내내 여러 방면에서 어려움이 계속됩니다.

일부는 청소년기와 성인기가 되어서도 증상이 남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학령기 아동 청소년의 ADHD 유병률은 약 3~8% 정도입니다. 남아가 여아보다 유병률이 약 4~6배 정도 더 높습니다. 국내 연구에서도 초등학생의 5%가 ADHD 증상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제시했습니다. ADHD가 청소년기를 지나 성인기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30%~70%에 이릅니다.  (출처 : DAUM 백과)


정의를 보니 나이와는 딱히 연관성이 없는 증상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예전에는 한두 시간씩 책을 읽을 수 있었고, 드라마도 한 장면 한 장면 꼼꼼하게 보는 편이었습니다.     


일반적인 원인을 찾아보니 아래와 같습니다.

① 뇌 안에서 주의 집중 능력을 조절하는 신경전달물질(도파민, 노르에피네프린 등)의 불균형에 의해 발생합니다.
② 주의 집중력과 행동을 통제하는 뇌 부위의 구조 및 기능의 변화가 ADHD의 발생과 관련됩니다.
③ 뇌 손상, 뇌의 후천적 질병, 미숙아 등이 ADHD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출처 : DAUM 백과)


진단을 받아 보지는 않았지만, 딱히 해당되는 항목이 없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시 고민에 빠집니다.

그러다가 괜히 '남 탓', 특히 '세상 탓'을 해봅니다.


뭐든 짧고 강렬해야 살아남는 세상입니다.

조금이라도 불필요하거나 지루하면 삭제되거나 무시당합니다. 영상이 그렇고, 글이 그렇고, 음악이 그렇습니다. ‘기승전결’이 아니라 ‘전결’ 혹은 ‘결’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무수한 정보가 끊임없이 쏟아지는 숨 가쁜 세상에 무슨 과정 따위가 필요하냐며 다그칩니다.     


사람 간의 관계도 그렇습니다.

천천히 알아가면서 이해하고 깊어지는 시간 따위 허락하지 않습니다. 단 몇 가지 배경과 스펙만 보고 나와 같이 할 사람인지 아니면 그냥 모르는 척하는 것이 좋을지 결정해 버립니다.


식재료를 사 와서 정성 들여 조리하는 것보다, 간편한 즉석식품에 손이 갑니다.


이렇게 '탓'을 하는 것은 참 쉽지만, 어떤 노력을 기울여 세상의 흐름을 바꾸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흐름을 타고 가는 함께 휩쓸려가는 것도 좋겠지만 닻을 내리고 심호흡을 해봅니다.


인내심과 끈기 그리고 집중력을 '회복'하기 위해서 조금 길다고 느껴지는 시간을 정해 놓고, 책과 글에 몸과 생각을 기울입니다. 휴대전화와 노트북은 잠시 멀리 두고.


이미 익숙해진 '중독'은 쉽게 벗어나지 못할 테고, 딱딱 중요한 것들만 추려서 챙기는 일이 꼭 나쁘지만은 않겠죠.


하지만 무언가를 처음부터 끝까지 오롯이 즐기지 못하는 저를 볼 때면 스스로에게 아쉬움이 느껴집니다.     


자극과 속도에 열을 올리기보다, 가끔이라도 조금 밍밍하고 느린 시간을 보내야겠습니다.




(사진 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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