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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호 Feb 09. 2023

아이가 지은 집 두 채

엄마에게 주는 생일 선물


내일은 아내의 생일이다.

같이 사는 아이 입장에서는 엄마의 생신.     


아내는 펌을 한다고 일찍부터 미용실에 가고

아이는 내가 지난번에 지급했던

‘30분 놀아주기 쿠폰’을 내밀었다.


“놀자고? 그런데 내일 엄마 생신인데 카드나 편지 안 써?”     


내 물음에 아이는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더니

쿠폰을 다시 가져갔다.     


덕분에 나는 다시 

한가로운 정신이 깃든 자유의 몸이 되었고

읽다가 덮어둔 책을 집어 들었다.     


잠시 후


편지를 쓰겠거니 했는데

아이가 주방 탁자 위에 무언가를 올려놓으면서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곁눈질로 보인다.     


내 휴대폰을 가져가서 사진도 찍는 것을 보니

무슨 일을 꾸미는 것 같았지만

모른 척 그냥 책에 집중했다.     


그리고 제법 시간이 흘렀을 무렵.     


“아빠, 와 봐요.”

“왜?”     


목소리나 말투의 느낌으로 봐서는

뭔가 사고를 쳐서 도움을 요청하거나

정리를 해달라는 부탁은 아닌 것 같았다.     


그런데 막상 가서 보니,

이런!

전혀 예상하지 못한

'예쁜 사고'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이가 만든 집



   

집을 무려 두 채나 지었구나.

그것도 알록달록 작고 귀여운 집을.


'헨젤과 그레텔'에서 나올 법한

과자와 치즈로 된 집을 보며 웃음이 나왔다.     


“엄마한테 줄 선물이야.”

“이야~ 잘 만들었네.”     


정말 잘 만들긴 했다.

아이디어도 좋고 정성과 세심한 노력이 보인다.     


“아빠 생일 때는 안 만들어 주더니. 쳇.”     


마음 좁은 아빠의 투정에 내년을 기대하라고 말하며

집을 조심스럽게 랩으로 포장하는 얼굴은 사뭇 진지했다.


‘엄마는 좋겠구나. 

그나저나 이거 먹기도 그렇고 

그냥 계속 놔두기도 그렇고 

어떻게 해야 하지? 

하긴, 그건 받은 사람이 알아서 하시겠지.ㅋㅋ 


헉, 그런데 나는 뭘 준비해야 하나.

분명히 비교당할 텐데.’


아이가 사용한 건축자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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