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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호 Jan 30. 2023

몰랐으면 더 좋았을 텐데.

   

  살면서 몰랐으면 더 좋았을 일들을 겪게 됩니다.     



  몇 년 전 중국 출장 중에 새로운 사업 파트너가 될지도 모를 분들과 저녁 식사 시간을 갖게 되었습니다. 다양한 음식이 커다란 유리 돌림판 위에 끊임없이 올라옵니다. 제 앞에 놓인 음식을 덜어서 먹어봅니다. 자극적인 향신료도 큰 거부감 없이 잘 먹는 편이라 술을 곁들여 맛있게 먹었습니다. 가시가 조금 많은 말린 생선이라 여기며 한 조각 더 덜었습니다. 옆에 계신 분이 입맛에 맞는지 물어 보시 길래 나쁘지 않다고 대답해 드렸습니다. 그런데 그분이 조용한 목소리로 그러시더군요. 


“김 이사, 그거 뱀 요리야.” 


그 후로 젓가락을 대지 못했습니다.     




  친구들 모임이 있었습니다. 술잔이 조금 돌자, 조금 촌스러운 색상과 한물간 무늬의 스웨터를 입고 있는 친구에게 다른 친구가 놀리듯이 묻습니다. “너 무슨 그런 옷을 입고 나왔냐? 얘들도 아니고.” 스웨터를 입은 친구는 괜찮지 않냐고 하면서 그냥 웃더군요. 저는 입 밖으로 나오는 말을 꾹 삼킵니다. 


‘야 그 옷, 걔네 어머님이 몇 달 동안 직접 손으로 짜서 주신 거야.’ 




  익숙한 얼굴이 텔레비전에 나옵니다. 직업도 상당히 탄탄한데 취미로 하는 활동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며 텔레비전에까지 모습을 드러내더군요. 처음에는 긴가민가했었는데 볼수록 그 친구가 확실합니다. 프로그램을 재미있게 보다가도 친구의 얼굴이 나오면 반갑기도 하면서 동시에 배가 살살 아픕니다. 화장실에 가봤자 허탕 칠 것을 알면서도 슬쩍 자리를 뜹니다.     




  아이가 누군가와 문자로 대화를 나눕니다. 일부러 보려 했던 것이 아니었는데 상대방이 흔한 남자이름입니다. 요즘 아이들은 빠르다던데, 혹시 벌써 남자 친구가 생겼나? 그냥 못 보고 지나쳤으면 아무 일도 아니었을 것들이 자꾸만 상상의 나래를 펴면서 머리를 채워갑니다. 




  첫사랑이라 여겼던 애인과 헤어지고 몇 달 지나지 않아, 캐나다에 어학연수를 갔습니다. 잘 참고 있었는데 술기운에 그녀의 집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어머님이 받으시더군요. 그녀가 잘 지내는지 물었더니 곧 결혼한다고 알려주시는 겁니다. 거짓말이라 여기며 전화를 끊었습니다. 그런데 한국에 있는 다른 친구에게 확인해 보니 진짜랍니다. 제가 혹시 못 잊어서 힘들어할 까봐 일부러 말 안 했다고 하면서.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고, 다른 국가에서 전쟁이 벌어지고, 암울한 경제 뉴스가 자꾸만 눈에 보입니다. 무식하다고 놀림받을지 모르겠지만, 지금 딱히 제 삶에 영향을 미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차라리 몰랐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듭니다. 막상 알고 나니 영 불안해집니다. 제가 말릴 수도 없고, 상황을 바꿀 힘도 없는데 말이죠.




  알아야 하는 것을 알기란 어렵습니다. 


 그런데 몰라야 하는 것을 모르는 것도 만만치 않게 힘든 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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