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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호 Jan 29. 2023

오늘은 좀 당겨서 받을게.

              

주말 아침.

나와 아내 그리고 아이가 

각자 자유롭게 기상하는 날.     


언제나 그랬듯이

가장 먼저 일어난 나는

은근한 소음을 일으켜 둘을 깨운다.

마치 고의가 전혀 없는 것처럼.     


그리고

혼미한 정신일 때

아이에게 묻는다.     


“과천 미술관 갈까?”

“싫어.”     


“청명산 갈까?

“싫어.”     


“집 앞 공원 갈까?”

“싫어.”     


“그럼?”

“다 싫어! 오늘은 나 혼자 놀 거야!”     


이 녀석이...     


“OO아. 

엄마 아빠, ‘특히’ 아빠 늙으면 어차피 같이 못 놀아.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놀아줘.”     

“...........”          


팽팽한 긴장감.

조그만 더 하면 넘어올 것 같다.          


“맞다. 너 엄마 아빠 늙으면 효도한다고 했지? 

오늘 그거 좀 당겨서 받자.”     


그냥 뱉어본 말이었지만

제법 쓸 만한 제안 같다.     


효도 당겨서 받기.

당당히 요구하기.


이미 매 순간 받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부족한 날도 있기 마련이다.     


양을 정하지도 않았고

마땅히 계량할 방법도 없으니까.


효도를 당겨 받는다는 빌미로 

같이 나갈 수 있을 것 같다.      


효도 나와라 뚝딱.

신기한 요술 방망이가 생긴 기분이다.

마이너스 통장 같기도 하고

뭔가 애매모호하지만 손해 볼 장사는 아닌 듯하다.


출처 : Pixabay


오후에는 드리러 가야겠다. 

효도 혹은 효도 방망이를.

한 살이라도 젊으실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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