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아침.
나와 아내 그리고 아이가
각자 자유롭게 기상하는 날.
언제나 그랬듯이
가장 먼저 일어난 나는
은근한 소음을 일으켜 둘을 깨운다.
마치 고의가 전혀 없는 것처럼.
그리고
혼미한 정신일 때
아이에게 묻는다.
“과천 미술관 갈까?”
“싫어.”
“청명산 갈까?
“싫어.”
“집 앞 공원 갈까?”
“싫어.”
“그럼?”
“다 싫어! 오늘은 나 혼자 놀 거야!”
이 녀석이...
“OO아.
엄마 아빠, ‘특히’ 아빠 늙으면 어차피 같이 못 놀아.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놀아줘.”
“...........”
팽팽한 긴장감.
조그만 더 하면 넘어올 것 같다.
“맞다. 너 엄마 아빠 늙으면 효도한다고 했지?
오늘 그거 좀 당겨서 받자.”
그냥 뱉어본 말이었지만
제법 쓸 만한 제안 같다.
효도 당겨서 받기.
당당히 요구하기.
이미 매 순간 받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부족한 날도 있기 마련이다.
양을 정하지도 않았고
마땅히 계량할 방법도 없으니까.
효도를 당겨 받는다는 빌미로
같이 나갈 수 있을 것 같다.
효도 나와라 뚝딱.
신기한 요술 방망이가 생긴 기분이다.
마이너스 통장 같기도 하고
뭔가 애매모호하지만 손해 볼 장사는 아닌 듯하다.
오후에는 드리러 가야겠다.
효도 혹은 효도 방망이를.
한 살이라도 젊으실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