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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호 Jan 25. 2023

삶, 시간 그리고 죽음

어디서 왔냐고 묻길래

돌아가지 못할 곳에서 오는 길이라 했더니

그녀는 대충 이해하겠다는 표정을 보였다.     


나는 우리가 비슷하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기에

별다른 질문을 하지는 않았다.     


길이 좁아질 때

우리는 앞뒤로 걸었지만

그 외의 경우는 

대부분 어깨를 나란히 했다.               




어디로 가는지 물었더니

그는 돌아가는 중이라고 답했다.     


우리는 그가 의심스러웠지만

겉으로는 애써 드러내지 않았다.     


그렇게 셋은 함께

무리를 지었다.               




궁금증이 생긴 나는

그를 몰래 관찰하려 했지만

그는 우리 둘 모두에게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는 것이 분명했다.     


셋은 서로를 알 필요가 없다고 믿었지만

또 한편으로는 어렴풋이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우리가 만나기 전부터.               




하나가 쓰러졌다.

그렇다고 길이 사라지지는 않았기에

나머지 둘은 계속 발걸음을 재촉했다.     


쓰러진 자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지는 않는 듯 보였다.


내가 다른 둘을

원망하거나 미워하지 않았으니까.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다시 일어나서

걷기 시작했다.     


그 둘을 다시 따라잡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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