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안쪽 제일 구석 맨 아래
도서관
가장 안쪽
제일 구석
맨 아래
책들이 있다.
빛이 덜 들고
사람들의 방문도 뜸하고
청소도 딱히 필요 없는
거기에도 책들이 있다.
왕년에 제법 이름깨나 날렸음에도
도서관에서 자리를 잡으려면
숫자와 한글로 된 코드를
문신처럼 몸에 새겨야 한다.
책이름과 지은이 정도만 드러낸 채
부여받은 코드의 순서에 따라
비슷한 녀석들을 이웃으로 삼으며
머물러야 할 위치가 정해진다.
책을 읽으려는 사람들
빌려서 가려는 사람들은
눈의 높이가 대부분 대동소이하다.
딱히 정해 놓은 책이 없다면
필요해서 꼭 찾아야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쪼그려 앉거나
발 받침대를 끌어 오거나
으슥한 곳까지 가질 않는다.
입구에서 가까운 패거리들은
화려하고 인기가 좋은 편이라서
혹은 새로 나와 따끈따끈한 냄새를 풍기기에
운이 좋으면 하루에도 몇 번씩
사람의 체온과 시선을 느낄 수 있다.
인기 장르가 아니라는 이유로
철 지난 유행을 벗지 못해서
이제는 수명이 다 해간다고 판단되어
앞으로 나설 기회도 없다.
그저 누군가 정해준 순서에 따라
춥고 어둡고 사람 소리 닫지 않는 곳
읽어달라고 외칠 수도 없는 바로 그곳에서
책들은 지금도 쓸쓸히 바닥의 냉기를 견디고 있다.
(사진 출처 :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