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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호 Feb 27. 2023

겨울 방학이 끝나기 전에

안면도 1박 2일 여행

아내와 아이의 겨울 방학이 끝나가고 있다.

또 맞이하게 될 테지만, 거의 일 년을 기다려야 하기에 갑작스럽게 짧은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추구하며 결정한 장소는 '안면도', 일정은 1박 2일.


언제나 그렇듯 전체적인 계획부터 세부 사항까지 아내가 도맡아서 진행한다. 이번에는 특별히, 내가 맡고 있는 잔소리는 과감하게 빼기로 했다. 대신 아이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다.


"난 꼭 '수영장'이 있는 곳으로 숙소를 정해줘. 아니면 안 갈 거야."


평일 아침이라 딱히 운전을 길게 할 필요 없이 안면도에 도착했다. 체크인 시간은 한참 남았지만 대기표를 먼저 뽑아야지 '오션 뷰' 방을 잡을 수 있다는 아내의 말(명령)에 숙소부터 먼저 들렀다. (1번 대기표 획득!^^)

아이가 선택한 숙소

대기표를 주머니에 고이 넣어두고, 서둘러 나오느라 텅 빈 배를 달래주기 위해 조금 이른 점심을 먹기로 했다. 며칠 전부터 '만두 노래'를 불렀던 아내의 추천(지시)에 따라서 동네 맛집 유명하다는 식당으로 이동.


본 식당과 저는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습니다.

너무 이른 시간(오전 11시 30분) 탓이었는지, 만두를 한창 빚고 계시던 사장님께서 조금 당황하시며 우리를 맞아주셨다.


"방금 전에 온 손님 두 분은 나중에 오라고 내쫓았는데. 하하. 일단 앉으세요."


김치만두, 고기만두, 칼국수


나에게 젊은이의 감성은 딱 이만큼인가 보다. 한참을 먹다 보니 사진 생각이 난 걸 보면. 아니다, 배가 너무 고픈 탓이었다고 하자. 아무튼 만두는 속이 꽉 차서 든든했고, 전혀 퍼지지 않아 탱글한 칼국수는 무난하게 고소했다. 다만 김치 만두는 제법 매워서 아이는 맛도 보질 못했다.



손님들이 하나 둘 들어오기 시작하는 가게를 뒤로 하고 아이의 눈치를 슬쩍 본다. 숙소 체크인 시간까지 두어 시간 남았고, 배도 든든하니 이럴 때 아이를 꼬셔야 한다. 등산이나 산책이라고 하면 질색을 하니 기분 좋을 때, 바로 지금 협상을 해야 한다.


"수목원 가자. 대신 수영장에서 마음껏 놀게 해 줄게. 빨리 가자고 말도 안 하고. 약속~"



마스크 벗고 사진 좀 찍자니까 싫단다. 아내의 말을 들어보니 요즘 저 또래의 특징이란다. 그래도 아빠 입장에서는 마스크 쓴 얼굴보다는.... 에휴..... 할 수 없지.


정자에서 바라본 해변

봄이나 가을에 왔으면 더 좋았겠지만 그래도 나름 운치가 있다. 한적한 곳을 거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힐링이 된다. 이런 곳에서 살면 좋겠지만 매일 보면 또 감흥이 덜해지겠지.


조금 이른 소풍을 나와서 도시락을 먹고 있는 청설모

나와 아내와는 달리 아이는 조금 힘들어했지만, 그래도 간간히 눈요기할 것들이 등장해 주니 고마울 따름이다.



이제 숙소로 가야 할 시간. 꼭 '오션 뷰'를 차지할 수 있길~!

성공~ 숙소에서 바라본 꽃지 해수욕장


대충 짐 정리를 하고 바닷가 구경을 나갔다. 집 근처에도 바다를 볼 수 있는 곳이 널렸지만, 같은 서해라고 부르기 민망할 정도로 느낌이 완전히 달랐다.

꽃지 해수욕장 백사장



차가운 바닷바람을 실컷 맞았으니 뜨끈한 국물이 필요하다. 그래서 여태 한 번도 먹어보지 못한 '게국지'를 저녁 식사 메뉴로 정하고 식당을 알아보는데, 아이가 딴지를 건다. 숙소에서 저녁을 먹고 싶다고. 그렇게 한참 동안 실랑이를 하다가 결국.

여기까지 와서 치킨, 피자, 컵라면이라니!!


기껏 여행을 와서 또 이런 것을 먹겠다니. 정말 알다가도 모르겠다. 그래도 뭐 충청도 지역 대표 소주를 마셔볼 기회를 주셨으니 군말은 줄이는 수밖에. 이렇게 저녁을 때우는(?) 와중에 일몰을 보러 잠시 또 출동~



장관이다. 많은 생각이 한꺼번에 몰려든다. '하루에 한 번씩 꼬박꼬박 잊지 않고 넘어가는 해'이지만 바닷속으로 사라지는 것이 어찌나 아쉽던지 계속해서 보고 싶었다. 그렇게 여행의 첫날이 저물어 갔다. 물론 남은 소주는 마저 다 마시고.^^



조식 뷔페가 가능한 숙소에 머무르면, 내가 항상 먹는 첫 접시다. 아내는 너무 기름지고 칼로리가 높지 않냐며 타박을 하지만 이상하게 자꾸만 내 손과 입을 당기니 안 먹을 수가 없다. 난 이거 때문에 조식 먹는다고!

좋아하는 것들 실컷 먹고 신난 아이, 제발 마스크 좀!!!


먹었으니 또 소화를 시킬 겸 다시 백사장에 들렀다. 전날과 다르게 물이 빠진 터라 볼거리가 더 풍성하다.

잡아서 모아놨더니 잠시 후 갈매기들이 떼로 와서 식사를 즐겼다.
 반신욕을 하면서 쉬고 있는 파란 별


드디어 아이가 기대하고 기대하던 순간.

체크아웃을 마치고 숙소에 딸린 스파로 Go Go~!

아이와 아내, 너넨 뒷모습도 닮았구나.


실내 수영장도 있고 야외에는 온천수를 즐길 수 있는 여러 개의 탕이 준비되어 있다. 겨울바람을 맞으며 뜨거운 물속에 몸을 담그고 있으니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좋다. 아이는 여기서 살고 싶다면서 두 시간을 넘게 놀았다.


퇴근 시간과 살짝 맞물리는 바람에 길이 조금 막히긴 했지만, 그래도 예상보단 빨리 집으로 돌아왔다. 보통 여행을 다녀오면 역시 집이 최고라는 생각이 들기 마련인데, 이번 여행은 짧아서 그랬는지 아쉬움이 조금 더 컸다.


다음을 또 기약하면서 일상으로 돌아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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