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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호 Mar 20. 2023

일회용 인간


'뭘 그렇게 신경을 써? 어차피 한 번 보고 말 건데.'


  하루에도 수없이 마주치는 사람들을 보면서 우리는 흔히 이렇게 생각합니다. 길을 묻는 사람, 노점에서 나물을 파는 할머니, 전단지를 나눠주는 사람을 대하면서 말이죠. 그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딱히 신경 쓰지 않습니다. 어떤 식으로 그 사람들을 대하든 어차피 나에게 돌아올 불이익은 없을 테니까요. 그리고 그들에게 관심을 가질 마음의 여유 따위는 더더욱 없다고 확신하니까요.




'지금 이 순간은 내가 갑인데, 좀 막 대하면 어때?'


  여행길에서 우연히 찾아간 식당 주인에게, 옷을 사러 들어간 아웃렛 점원에게, 커피 테이크아웃을 하면서 직원에게,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하는 사람에게, 인터넷 설치를 권유하는 상담원에게 그들과는 상관없이 생겨난 감정을 애꿎은 상대에게 쏟아붓습니다. 마치 티슈를 툭 뽑아서 얼굴에 묻은 오물을 닦아내고 버리듯이.




'아는 사람이 아니니까, 그럴 수도 있지.'


  모르는 사람, 특히 자신보다 약해 보이거나 가진 것이 없어 보이는 사람에게는 평소와 달리 거칠어지거나 하대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엘리베이터나 버스 지하철 등에서도 그렇습니다. 친한 친구나 가족이 그랬다면 충분히 이해하고 넘어갈 일도 유난히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음식물 쓰레기봉투에서 냄새가 너무 나잖아', '뭐가 즐겁다고 버스에서 저렇게 시끄럽게 웃는 거야', '어쩌자고 이렇게 두꺼운 옷을 입고 지하철 의자에 앉으려는 거야. 가뜩이나 자리도 좁은데.' 에게 지속적으로 혹은 치명적인 피해를 주는 것이 아니잠시 너그러이 참아줄 만한 상황에서도 내가 모르는 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 눈을 흘깁니다.


출처 : Pixabay


  세상이 변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세상이 아무리 변했다고 하더라도 사람까지 그렇게 변할 필요가 있을까요? 악습이나 고정관념 때문에 고집을 피우는 일도 지양해야겠지만, 가끔은 바보 같이 보이더라도 무언가를 지켜야 하는 경우도 있겠지요.


  물을 담아 먹는 것에는 차이가 없지만, 고급 도자기 브랜드의 화려한 물 컵은 애지중지하면서 한 번 쓰고 버리는 종이컵은 쉽게 구겨서 버리는 것처럼.


  같은 밥을 떠먹는 수저이지만, 식사 후에 깨끗하게 닦아서 보관하는 명인의 방짜유기 수저와 바로 쓰레기통으로 사라지는 플라스틱 수저처럼.


  타인을 ‘다회용 인간’과 ‘일회용 인간’으로 구분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잠시 자기가 편하자고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사람들을 ‘일회용 인간’으로 만들어서는 안 되겠으며, 타인과의 인연을 본인의 이익 여하에 따라서 분리수거하듯이 분류하거나 아무 데나 마구 버리는 행동도 피해야겠습니다.


출처 : Pixabay


  물건이든 사람이든 일회용이 늘어간다는 것은 결국 우리 주변과 삶이 오염되고 있다는 뜻이며, 우리 역시 서서히 병드는 중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고 살았으면 합니다. 조금씩 더 여유롭고 친절해지는 건강한 사회가 되길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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