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를 하는 주체가 되도록

by 김재호


이게 뭔지 아니?


아뇨. 희한하게 생겼네요.


아주 예전에 전쟁할 때 쓰던 화살이라는 거야.


아, 이게 화살이구나. 맞으면 아프긴 하겠네요.


자 그럼, 이 화살 하나를 부러뜨려 보겠니?


(뚝) 여기요.


이 화살 두 개를 한꺼번에 부러뜨려 보겠니?


(뚝) 여기요.


이 화살 세 개를 한꺼번에 부러뜨려 보겠니?


(낑낑) 제 힘으론 안 돼요. 3대 500은 쳐야 되겠는데요?


이제 알겠어?


뭘요? 제 힘이 약하다는 사실요? 아놔, 시간도 없는데 짐(Gym)도 다니면서 PT까지 받아야겠네.


그게 아니라. 흠... 여기 네 눈앞에 먼지 보여?


아니요.


저기 저 창밖을 한 번 봐봐. 어제까지 보이던 100층 짜리 건물이 보여?


아니요.


이제 알겠지?


네. 보잘것없는 '미세 먼지'라는 녀석들도 똘똘 뭉치니 어마어마하게 큰 빌딩마저 가리는군요.


목적지까지 절반을 왔구나. 그럼 창문을 열어 볼래?


(콜록콜록, 훌쩍훌쩍) 작다고 무시했던 녀석들이 제 눈과 폐를 상하게 하면서 생명에 위협을 가하는군요.


훌륭해. '학원'에서 나가는 길에 다음 레벨 꼭 등록하고 가.


역시 '일타강사'이십니다. 학교에서는 이런 거 안 가르쳐주던데. 먼지 많다고 창문을 닫으라고만 하더라고요. 그나저나 이제 다른 거 배우러 가려고요. 교훈은 충분해요. 그 동안 감사했습니다.


화살.jpg (사진 출처 : Pixabay)


교육도 발전을 합니다. 하지만 공교육의 경우는 어쩔 수 없이 변화가 더딜 수밖에 없습니다. 대상 집단이 워낙 크고, 개개인의 만족보다는 전체적으로 부족함이 없도록 평균 수준을 유지해야 하니까요.


그래서 선행 학습 혹은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한 학원이나 과외와 같은 사교육이 필수인 세상이 되었습니다. 명확한 목적을 가진 소수를 위한 교육이다 보니 시시각각 달라지는 트렌드나 개인 맞춤으로 움직이기 용이합니다. 그러다 보니 무상이면서 모두가 동일한 교육을 받는 학교 교육은 조금 등한시하더라도 학원에서는 그렇지 못합니다. 학원비도 학원비지만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교육과 교육 시간 그리고 교육자를 선택할 수 있으니까요.


'일타강사'들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고, 받는 연봉도 어마어마하다고 합니다. 수요가 있으니 공급이 있는 것이고, 어떤 업계든 최고는 최고에 걸맞은 대우가 뒤따르기 마련입니다. 교사들도 급여와 성과금이라는 것이 있지만, 강사들의 연봉, 보너스와는 성격과 차원이 다르죠.


공교육의 부족함을 논하고자 함이 아닙니다. 사교육의 폐해를 들추려는 것도 아닙니다. 이미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갖고,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비판과 조언을 아낌없이 하고 계시니까요.


저는 다른 것들보다 교육의 근본적인 목적에 대해 더 신경을 써야 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주어진 문제를 푸는 공식이나 지식의 전달에 집중하다 보니 공교육과 사교육의 불가피한 한계로 인해 각종 부작용들이 발생합니다. 그런 부작용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지식을 전달 '받는' 피동적인 상태로 계속 머무르도록 할 것이 아니라 공부를 '하는' 주체가 되도록 학생을 가르쳐야 할 것이 아닐까요? 학생이라는 신분일 때만 잠시 공부를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는 평생 무언가를 배우면서 살아야 하는 운명이니까요.


주절주절 이렇게 적었지만, 사실 저도 방법을 몰라서 고민만 많은 학부모입니다. 그래서 같이 사는 아이에게 공부를 하라고 닦달을 하지 않고, 친구들하고 많이 놀라고 강요도 하지 않으며 소극적으로 아빠 노릇을 하는 중입니다. 필요한 공부를 위해 문제집이 필요하다거나 무언가 새로운 것을 배우기 위해 학원에 가야 한다고 하면 그저 적당히 지원을 해 줄 뿐입니다. 아빠로서 책임감이 부족하다고 여길지도 모르겠지만, 결국 공부는 본인이 하는 거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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