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게임이 있으신가요?

by 김재호


초등학생 때 부모님께 거짓말을 하고 오락실에서 시간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갔다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아버지에게 맞았습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갤러그' '너구리'가 뭐라고 그렇게 재미있었는지. 그 이후로 한동안 오락실을 쳐다보지도 않았죠.


중학생이 되고 나서부터는 컴퓨터 게임을 즐기게 되었습니다. 첫 게임은 '테트리스'(Tetris)였던 것으로 기억이 나네요.(다소 야한 장면이 등장하던 아류작도 있었죠.^^;) 그 이후로는 디스켓을 여러 장 번갈아 갈아 끼워야 했던 '몽키 아일랜드'(The Secret of Monkey Island), '페르시아 왕자'(Prince of Persia)가 있었네요. 칼로 적을 베거나 뾰족한 송곳들이 박혀있는 바닥에 떨어지는 등 다소 잔인한 장면들도 있었지만 그 당시에는 별로 신경 쓰는 분위기가 아니었습니다.


비디오 게임으로는 '마계촌', '보글보글', '슈퍼 마리오브라더스' 등도 한동안 꽤 유행했었죠.


다만 저는 대전 액션에는 흥미를 느끼지 못해서 '철권'이나 '스트리트 파이트'는 몇 판 해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고등학생이 되고 나서는 공부를 해야 했기에 게임에서 손을 놓았죠. 그렇다고 공부에 그다지 정진하지는 않았지만요.


컴퓨터게임.jpg 출처 : Pixabay


그리고 대학생이 되자마자 본격적으로 게임에 발을 들여놓게 됩니다. 그 첫 시작은 너무나도 유명해서 설명이 필요 없는 '디아블로'(Diablo)!!


거짓말 조금 보태서 식음을 전폐하고 밤낮 할 것 없이 모니터 앞에 앉아서 그 음침하고 우울하고 괴기스러운 게임을 즐겼습니다. 이 당시는 술, 담배, 게임, 농구, 여자 친구가 저에게 전부였습니다. 그런 생활이 2학년까지 이어지자 결국 1년을 통째로 유급하고 군대로 도망갔죠. (부모님, 정말 죄송했습니다.)


다행스러웠던 것은 군대에서 병역의 의무를 다하는 동안 '스타크래프트(Star Craft)'가 인기를 끌었다는 점입니다. 복무를 마치고 전역을 했더니 따라가기엔 이미 너무 늦었더라고요. 그래서 전략 시뮬레이션인 '워크래프트(War Craft)'나 '커맨드 앤 컨커(Command and Conquer)'에 대한 감각이 돋아나지 않았습니다.


한편 마음속으로 항상 '디아블로 2'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언제든 나오기만 하면 바로 시작할 준비를 하고 있었죠. 때마침 전역한 해에 출시를 하더군요. '디아블로 1'만큼은 아니었지만 또다시 '디아블로 2'에 빠져들었습니다. 그래도 취업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기에 학교는 충실히 나갔습니다. 그러다 어느 시점이 되자 복사 아이템이 공공연하게 돌아다니더군요. 힘들게 앵벌이(게임에서 아이템이나 골드를 구하기 위해 반복적으로 사냥을 하는 행위)를 해봤자 헛수고인 날이 대부분이었으니 허망하게만 느껴지더군요. 그래서 비교적 빨리 '디아블로 2'를 접었습니다. 지극한 실망감과 함께.


나란히게임.jpg 출처 : Pixabay


우여곡절 끝에 취직을 하고 나서 몇 년이 흘렀을 무렵, 부서 내 신입사원이 혹시 'WOW(a.k.a 와우, 월드오브워크래프트)'를 아냐고 물어보더군요. 뭔가 기분이 싸했습니다. 구미 장기 출장 중이이었는데 매일 새벽에 업무가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그날 이후로 게임방에서 와우라는 늪에 잠겨버렸습니다.


결혼을 하고 나서도 와우 사랑은 식지 않았습니다. 자꾸 잔소리를 하던 아내를 보며 안 되겠다 싶어서 와우를 가르치기로 했죠. 아내도 함께 늪으로 들어왔습니다. 집에 컴퓨터가 한 대였기에 싸움이 잦았죠. 서로 먼저 하겠다면서. 그래서 결국 컴퓨터를 한 대 더 들여놓고야 말았습니다.

그리고 몇 년에 걸쳐 길드 생활도 하면서 느꼈습니다. RPG나 MMORPG가 적성(?)에 맞다는 사실을요. (그러고 보니 'LOL'이나 '배틀그라운드도' 한두 판 해보고 바로 접었네요.)


이직을 했을 무렵에는 잠시 와우를 내려놓았습니다. 적응이 시급했으니까요. 하지만 업무가 손에 익기 시작하자마자 내심 기대를 갖고 기다리던 '디아블로 3'가 출시되었습니다. 전반적인 분위기가 다소 달라지긴 했지만 그래도 제법 잘 만들었더군요. 그런데 문제는 '핵 앤 슬래쉬' 장르에 충실하다 보니 '디아블로 1'에서 느꼈던 그 감동이 올라오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일찍 접었습니다.


코로나가 창궐하기 전 다시 와우에 손을 대긴 했습니다. 제 인생 게임 중 하나였고, '와우 클래식'이라는 이름으로 초창기 감수성을 다시 불러일으켰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나이를 먹은 탓인지 또 얼마 가지 않아서 시들시들해져서 추가 결제를 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요 며칠 자꾸만 마음을 빼앗아 가는 녀석이 생겼습니다. '디아블로 4'가 정식 출시되었거든요.


제 인생 게임인지라 정말 해보고 싶긴 한데 몇 가지 두려움이 있습니다.


너무 푹 빠지게 되면 어쩌지 하는 1차적인 걱정과 기대에 못 미칠 경우 또다시 감내해야 하는 실망감입니다. 그리고 이건 비밀인데 아내와 아이의 눈치가 보입니다. 혼자 컴퓨터 앞에 앉아서 게임에 열중하는 저를 보면 또 어떤 타박을 하게 될지 모릅니다.


그래서 유튜브 영상을 보면서 대리만족을 하는 중입니다. 혹시 술에 취해서 그 악마의 소굴로 다시 발을 들여놓게 되는 것은 아닐지 살짝 '설레는' 중입니다. 실망을 하게 된다면 뭐 언제 나올지 모를 '디아블로 5'를 오매불망 기다리게 되겠죠?


그나저나 여러분들도 인생 게임이 있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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