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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호 Jun 15. 2023

동물 학대 중입니다.

이름을 지어주진 않았습니다.

어차피 주야장천 괴롭힐 녀석인데

괜히 이름까지 붙여주면 정이라도 들까 봐.


기분 좋은 날은 그래도

강도를 좀 낮춰줍니다.


하지만 짜증이 나거나

화가 치솟는 날은

녀석의 얼굴이며 몸통이

제 모습을 유지하지 못합니다.


한 번은 배가 터져서

속에 든 것들이 빠져나올 지경이었습니다.


아내가 실과 바늘로

응급수술을 하지 않았다면

영영 다시는 보지 못할 뻔했네요.


아침에는 보통 그냥 놔두는 편입니다.

저도 양심이 있지

눈 뜨자마자 괴롭히는 것은 지양합니다.

인품이 너무 드러날까 봐요.


가끔 운전을 하면서도

녀석 생각이 간절하지만

집 밖으로는 잘 데리고 나오지 않습니다.


사람들의 이상한 시선을

느끼고 싶지는 않습니다.


오늘도 온 힘을 팔에 모아

녀석을 움켜쥡니다.


깨갱 소리도 못 지르고

고스란히 저의 손길을 버티는 녀석을 보며

안쓰러운 생각은 별로 들지 않습니다.


꾀죄죄해진 모습을 보니
저녁에 목욕이나 시켜줘야겠네요.


스트레스 해소 인형 (출처 : 김재호)
수술 자국 (출처 : 김재호)
열심히 맡은 임무를 수행하는 중 (출처 : 김재호)


  다들 한두 가지 스트레스 해소법을 가지고 계시리라 생각됩니다. 저는 시간과 장소가 허락된다면 운동을 하기도 하고, 혼자 동네 공원으로 산책을 나갑니다.


  하지만 집안에서 조금 작은 스트레스가 올라오면 아이가 예전에 사준 작은 동물 인형으로 풀기도 합니다. 원래 이런 용도로 제작된 것이라고 하더군요. 있는 힘껏 쥐었다 폈다 하면서.


  혈압이 높은 편인데 스트레스를 잘 다스리는 것도 필요하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수시로 동물 학대 중입니다.


  그리 심하게 괴롭히지는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지난주에 배가 터졌더라고요. 다행히 아내가 바로 꿰매주어서 지금도 잘 사용하고 있습니다.


  가만히 보고 있으면 귀엽긴 하지만 정을 주지는 않을 생각입니다. 고맙다는 마음의 표현은 손때가 너무 탔을 때 목욕을 시켜주는 것으로 대신합니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면 제일 좋겠지만, 여러분들은 스트레스 '응급처치'를 어떤 식으로 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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