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재호 Jun 19. 2023

공감 능력이 부족해!!!

  거실에서 책을 읽고 있는데 안방에서 '쿵' 소리가 났습니다. 거목이 쓰러지면 날 법한 굉음에 책갈피를 꽂아두고 방으로 들어갑니다. 아내가 바닥에 앉아 무릎을 열심히 비비고 있습니다. 아이도 달려와 무슨 일인지 살핍니다.

  청바지를 벗다가 발이 미처 빠져나오지 않아서 균형을 잃고 넘어진 것이었습니다. 저도 간혹 그런 일이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그렇게 크게 자빠진 적은 없습니다.

  그래서 괜찮은지 물어보면서 웃었죠. 그랬더니 아내의 얼굴이 싸늘합니다. 저는 멋쩍게 밖으로 나와서 약통에서 붙이는 파스를 찾아서 가져다줍니다. 고맙다는 말은 못 들었습니다.


출처 : Pixabay


  점심을 먹고 아파트 단지 내 탁구장으로 향했습니다. 몸살 때문에 힘든 와중이지만 잠깐 몸을 풀 의도였습니다. 아내와 천천히 공을 주고받다 보니 점점 공의 속도가 빨라집니다.


  그러다가 아내가 '아야!' 소리를 내면서 주저앉습니다. 저는 웃었습니다. 제가 넘긴 공을 받아치다가 자신의 라켓에 빗맞은 공에 눈을 정통으로 맞은 것입니다. 탁구를 꽤 오래 쳤었지만 그런 장면은 처음 봅니다. 예전에 유행했던 홈 비디오의 우스꽝스러운 화면들이 떠오릅니다.


  실실 웃으면서 공을 줍고 있는데 아내가 버럭 화를 냅니다.


  “진짜 아파죽겠는데 웃어? 이게 웃겨?”


  저는 그리 세게 맞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많이 아팠는지 눈 주변이 벌겋고 눈물도 맺혀있습니다. 그제야 상황 파악이 되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입니다. 빨리 마르라고 입김을 불어봅니다.


  “괜찮아? 아니 나는 그렇게 눈에 맞는 걸 처음 봐서.”


  그런데 불 난 집에 기름을 붓고 부채질을 한 것일까요?


  “오빠는 공감 능력이 부족해!!!”


  세상에. 이런 일에 무슨 공감 능력까지 들먹이는 거지? 그래도 일단 살살 달랩니다.


  “봐봐. 괜찮네. 좀 쉬자. 여기 물도 좀 마시고.”


  잠시 더 치긴 했지만 오고 가는 공이 차갑고 날카롭습니다. 받기 힘든 양쪽 모서리를 공이 후벼 팝니다. 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서 집으로 올라왔습니다.


출처 : Pixabay


  공감 능력을 키워야겠습니다. 웃겨도 웃지 말아야겠습니다. (사실 걱정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는데. 아픈 것은 공감하지만 그렇게 된 과정이 재미있어서 그랬는데.) 이러다가 '사이코 패스'라는 말까지 듣게 될지도 모르니까요.

매거진의 이전글 다이어트를 욕심내다 붙은 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