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왕 말씀을 하셨으면

by 김재호


최근에 수능 문제 출제와 관련해서 대통령께서 하신 말씀으로 인해 시끌벅적합니다. 민감한 부분에 대해서 언급하실 때마다 들쑤셔 놓은 벌집처럼 날카롭고 치명적인 독침들이 난무합니다.


위태로운 상황을 즐기는 것은 아니실 테고, 틀린 말씀도 아니었지만 다만 너무 가볍게 무거운 화두를 던지신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사실 시험의 목적은 변별력이 아닙니다. 배움과 이해의 정도를 파악하기 위한 일종의 측정 도구일 뿐이죠. 그리고 사교육의 폐해에 대해서는 많은 분들이 이미 깊게 공감하고 계시고요.


수능이 150일이 남았다는 시점도 딱히 저는 큰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 어느 시점에 내놓았어도 반발은 있었을 테니까요.


다만 교육부나 관련자들과 충분한 대화를 한 후, 수능시험에 대한 문제와 해결책을 분석하고 제시하라고 했으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의견을 조율하거나 힘을 실어주시면 되는 거죠.(더불어 모두를 만족시키는 시기란 존재하지 않으니, 사전에 충분히 고려가 되었다는 근거는 있었어야겠죠.)


제시.jpg 출처 : Pixabay


수능이 교과서(공교육) 중심으로 출제되는 것에 저는 찬성합니다. 그 안에서 변별력을 가지게 만드는 것은 결국 출제자들이 얼마나 고심을 하고 노력을 하냐에 따라 달라지지 않을까요? 더불어 수험생들의 학습 능력이 상승했다면 교과서와 교사도 그 수준을 높일 필요가 있겠죠.


그리고 솔직히 저는 대학의 무능력과 안일함이 더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수능은 하나의 평가 기준으로 삼고 대학에서 요구되는 일정 수준을 만족한다면 모두에게 일단 기회를 주고, 각자 고유한 방법을 통해서 학생을 유치하는 것이 대학의 발전을 위해서도 옳은 방향이라고 봅니다.


회사의 경우에도 학점을 봅니다. 하지만 일정 점수를 넘겼다면 그 이후로는 다른 과정을 통해서 합격과 불합격 여부를 결정하게 됩니다. 물론 학교와 회사를 동일시할 수는 없겠지만 보다 좋은 학생을 뽑기 위해서 그 정도의 노력은 기울여야 되지 않을까요? 마찬가지로 학생들 역시도 일단 점수를 받아 놓고 고민하기보다, 자신의 진로와 적성에 맞는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 그에 맞는 대비를 해야겠죠.


출발선.jpg 출처 : Pixabay


문제로 이루어져 있다는 태생 탓일까요? 시험은 쉬워도 문제고, 어려워도 문제입니다. 그렇다고 그냥 놔두기도 애매하고요. 지금 가장 의견 개진이 많은 사람들은 고득점자들(그리고 그들의 학부모님)과 사교육에 몸담고 계신 분들처럼 보입니다.


막말로 쉽게 출제되든 어렵게 출제되든 한두 문제로 등급이 바뀌는 것은 매한가지 아닐까요? 가진 분들이 자녀를 위해 투자하고 더 좋은 성적을 받게 하는 것은 뭐라 할 수도 없고, 뭐라 해서도 안 되겠죠. 하지만 사교육을 받지 않아도 동등하게 경쟁을 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것이 정부를 비롯한 교육자들의 역할이라고 감히 말씀드려 봅니다.


이번 논란도 기존의 다른 논란과 비슷하게 은근슬쩍 묻혀버릴 것 같은 예감은 그간의 경험에서 오는 기대감 상실 때문이겠죠. 이왕 말씀을 하셨으면 명확하게 본인의 뜻과 방향성을 밝히시고, 여러 목소리를 수렴해서 개혁까지는 아니어도 보다 합리적인 방향으로 개선될 수 있도록 밀어붙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물론 결과가 현행 유지여도 상관은 없습니다. 그게 옳다면 말이죠.




(정치적인 성향과 무관한 그저 저의 개인적인 의견일 뿐입니다. 다소 언짢은 부분이 있더라도 너그러이 이해해 주시고 가급적이면 친절한 어조로 정정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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