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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호 Jul 03. 2023

군장 말고 나도 내 가방 들고 싶다고!


  언제부터였을까요? 주말에 아내와 아이를 모시고 산책을 나갈 때면, 저는 군장을 쌉니다. 현관을 나서는 둘은 발걸음이 가볍지만 저는 신발을 신으면서 얼굴에 잠시 피가 쏠리는 것을 느낍니다.      


  본인들도 다 가방이 (그것도 대여섯 개씩) 있으면서 왜 제 가방에 다 쑤셔 넣는 것일까요? 사실 저는 챙길 만한 짐도 별로 없습니다.


  벼르고 벼르다가 도대체 얼마나 많은 물건들을 넣고 다니는지 한 번 확인해 보기로 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제 군장 속에 들어가는 물품을 증거목록처럼 쭉 펼쳐 봅니다.


군장 싸기 전 증거품 (출처 : 김재호)

  [1행]

  화학전을 대비하기 위한 마스크 / 각 종 전투 식량 / 가득 찬 수통 두 개 (어른용, 아이용) / 전투모 두 개 (아내용, 아이용)


  [2행]

  일지 기록용 볼펜 / 응급처치용 손수건 / 군수품 구입을 위한 비상용 군자금 / 국지전을 위한 개인 물품 (주투경) / 광역전을 위한 공동 물품


  [3행]

  냉기 피해를 대비한 야상 (카디건) / 군장 / 사진에는 없지만 통신 기기 3대



  앗! 휴지와 물티슈가 빠졌네요. 사진을 찍겠다고 다시 다 꺼낼 수는 없죠.


  가방을 메기 전 후의 몸무게를 재보니 무려 3.3kg이 차이 납니다. 동절기에는 장갑, 목도리, 핫 팩 등 방한 용품이 추가되고요.


  뭐 가장 체력이 좋고, 힘도 세니 아직까지는 큰 불만 없이 제가 다 짊어지고 다닙니다. 그런데 작년 제 생일에 아내와 아이가 돈을 모아서 큰마음먹고 사준 클러치는 수납장에서 쿨쿨 잠을 자고 있네요. 크기가 작은 편이라 노트북이 들어가지 않아서 주말이나 휴일 아니면 들기 애매합니다. 오랜만에 맑은 공기 좀 쐬렴~


오~사진빨 잘 받는구나! 이렇게라도 자주 보자. (출처 : 김재호)


  묻지도 않은 먼지를 털어내고 다시 더스트 백에 고이 넣어둡니다.


  나도 군장 말고, 내 멋진 가방 들고나가고 싶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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